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차기 대선 경쟁

김경수·조국, 친문 대선주자로 몸집 불려 사법부 압박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김경수(왼쪽) 경남지사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와 자신과 일가(一家) 입시·사모펀드 비리 혐의 등으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활발한 언론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지사와 조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친문(親文)의 정통(正統)이자 적통(嫡統) 주자로 꼽힌다. 비문(非文)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비해 친문 진영의 호감도 압도적으로 높다. 정치권에선 “김경수 지사와 조국 전 장관이 재판 판결을 앞두고 ‘대선 주자’ 몸집 불리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경수 무죄 즉시 양정철·임종석·탁현민 ‘드림팀’ 뜨나?

오는 11월 항소심 판결을 앞둔 김경수 지사는 최근 김어준씨 방송에 출연, ‘대선 출마’에 대한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김 지사는 지난달 25일 김어준씨의 ‘다스뵈이다’에서 김씨가 “(드루킹 사건) 2심 (판결이) 결정되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드느냐"고 묻자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수도권으로만 사람과 돈이 몰리는 문제를 차단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대선에 뛰어들겠다?”라고 거듭 묻자 “시·도 단위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니까”라고 했다. ‘국가 차원’의 문제 해결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조선일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두할 때 문재인 대통령(노 전 대통령 오른쪽), 김경수 지사(맨 왼쪽)이 함께하는 모습. 전해철(김 지사 왼쪽) 의원 모습도 보인다./조선일보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지사가 ‘동남권 메가 시티’ 구상을 지속적으로 밝히는 것이 장기적인 대선 포석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동남권 메가 시티’는 부산·울산·경남을 하나로 묶어 수도권에 대항하는 ‘제2 수도권’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과거 야권(野圈)의 텃밭이었던 부·울·경에 장기적인 민주당 집권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정치를 시작한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계승한다는 의미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지사는 현직이기 때문에 ‘동남권 메가 시티’로 표상되는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 이를 뒷받침할 물적·인적 자원이 풍부하다”며 “무죄 판결만 받으면 단번에 여권 대선 주자 1위로 치고 올라갈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 친문 핵심 인사들은 이제 한 달여밖에 남지 않지 않은 김 지사 항소심 판결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가 김 지사 무죄 판결 후 캠프에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미 김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는 즉시, 사실상 ‘대선 캠프’를 꾸릴 수 있을 만큼 ‘플랜’이 짜여져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연말 개각 등으로 자연스럽게 김 지사 쪽으로 사람이 몰릴 수 있게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어준씨 등이 김 지사에게 최근 ‘대선’을 수 차례 언급하는 건 무죄 판결에 대비한 것”이라며 “이낙연 대표, 이재명 지사와의 간격을 최대한 빨리 좁힐 수 있는 일종의 ‘대선 속성 코스’"라고 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는 1심에서 징역2년(업무방해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공직선거법 위반)을 선고받았었다.

◇文 ‘마음의 빚’ 자산으로, 조국 ‘하나하나 따박따박’

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여권(與圈) 내에서도 “김경수 지사에 비해선 재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이 자신과 일가의 재판을 ‘올(All) 무죄’로 끝낸다면 대선 주자로 생환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을 향해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로 홍역을 겪고도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향한 성원이 변함이 없을을 천명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 ‘마음의 빚’이 조 전 장관의 최대 정치적 자산”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2017년 청와대에서 당시 조국(왼쪽) 민정수석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문재인 대통령./조선일보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 조 전 장관과 가족이 받고 있는 혐의가 11개나 된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과 일가를 둘러싼 혐의는 자녀의 입시, 장학금, 사모펀드 논란과 관련, ▲뇌물수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2건) ▲업무방해 ▲위조공문서행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증거위조교사 ▲증거은닉교사 등이다.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수 차례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16일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바꾸면서 "남들이 뭐라 해도 넌 너의 길을 가라(tu vai oltre, continua la tua strada)”는 문구를 올렸다. 단테 알리기에리(Durante degli Alighieri·1265~1321)의 걸작 ‘신곡(神曲)’에서 단테의 길을 인도하는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하는 말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정계에서 30대에 두각을 나타내 명성을 얻었던 단테는 당파 싸움에 휘말려 타향으로 망명하는 신세가 됐다. 그런 상황에서 ‘신곡’이라는 중세 최고의 걸작을 남겼다. 역시 젊은 나이에 수려한 외모와 단호한 필력으로 유명해졌던 조 전 장관이 단테에게 스스로를 감정 이입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스스로의 ‘트위터 중독’을 고백했었던 조 전 장관은 활발한 SNS 활동으로 지지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최근 언론사 등에 대한 소송 방침을 밝히면서 “서두르지 않고 지치지 않으면서 하나하나 따박따박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이후 소송 상대나 경과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럴 때마다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님 힘내세요” “저희가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세요”라며 응원하는 식이다. 이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사법·검찰 개혁’을 내걸고 재판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조 전 장관 극성 지지 세력은 조 전 장관 관련 재판에서 일부 무죄 판결이 나올 때마다 “조 전 장관의 혐의는 언론과 검찰에 의해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도 조 전 장관의 “대선 주자 생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단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 조 전 장관은 이낙연·이재명·김경수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며 “거리에 나가면 누구나 알아보는 ‘톱 연예인급’이 맞는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 인지도가 지나치게 부정적인 것이 문제”라며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처럼 조 전 장관도 ‘비호감’이 ‘호감’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면 대선 주자로는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인용했던 단테는 ‘신곡'이라는 걸작을 완성했지만 평생 고향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했다.

[원선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