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역동적인 투구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올 시즌 내셔널리그 홈런 2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특유의 와일드한 투구 동작으로 초구 시속 148㎞ 직구를 가운데로 꽂아 넣으며 생애 첫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경기를 시작했다.
"평소처럼 활기차고 즐겁게 공을 던질 생각이다"라는 다짐처럼, 김광현은 경쾌하게 초구를 던졌다.
하지만, 2020년 미국프로야구 가을 무대를 여는 첫 경기 선발 등판의 무게감 또한 느꼈다.
김광현은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0 미국프로야구(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시리즈(NLWC·3전 2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동안 5안타와 볼넷 2개를 내주고 3실점 했다. 삼진은 2개를 잡았다.
그는 평소처럼 경쾌했지만, 정규시즌보다 더 힘을 줘 투구했다.
1차전 선발 등판을 하루 앞둔 김광현은 현지 매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포스트시즌에서는 점수가 많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팀 불펜이 좋으니까, 이기는 상황에서 공을 넘겨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이닝 소화를 생각하기보다는, 매 이닝 실점을 억제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광현은 KBO리그 무대에서도 포스트시즌에는 '이닝보다 실점 억제'에 무게를 두고 투구했다.
올해 정규시즌 김광현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89.9마일(약 144.7㎞)이었다.
베이스볼 서번트가 측정한 이날 김광현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90.2마일(약 145.1㎞)로 평소보다 빨랐다. 최고 구속은 시속 92.3마일(시속 148.5㎞)이었고, 시속 92마일(약 148㎞)을 넘는 공도 정규시즌 때보다 자주 던졌다.
마운드 위에서 포효하는 김광현 |
표정과 동작에서도 포스트시즌의 긴장감이 드러났다.
김광현은 1회 토미 팸 타석에서 3구째 직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씩 웃었다.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미트를 보면, 몸쪽 직구 사인이 나온 듯했다. 그러나 김광현의 직구는 팸의 바깥쪽을 향했고 절묘하게 스트라이크존에 걸쳤다.
긴장감에 제구가 흔들렸던 김광현은 행운의 스트라이크 콜에 겸연쩍은 표정으로 웃었다.
김광현은 2회 트렌트 그리셤에게 던진 3구째 슬라이더가 볼 판정을 받았을 때는 주저앉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광현은 마운드 위에서 표정으로 희비를 드러내는 투수지만, 심판 판정에 '동작'으로 아쉬움을 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치른 포스트시즌의 무게감에 김광현도 감정을 더 많이 드러냈다.
13년 전, 프로 무대를 처음 밟은 김광현은 2007년 10월 26일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깜짝 선발 등판해 7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 9탈삼진의 호투를 펼쳤다.
당시 김성근 당시 SK 와이번스 감독은 파격적으로 신인 투수에게 한국시리즈 4차전을 맡겼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첫해에 3승 평균자책점 1.62를 올린 '신인' 김광현을 2020년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 내세우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이번에는 파격적인 선택이 선발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광현은 팀의 리드를 지키고자 애썼고 6-3으로 앞선 4회말 2사 후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광현은 그토록 꿈꾸던 메이저리그 가을 무대에서 온몸으로 희비를 느끼고, 표현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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