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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 동학개미운동 새로운 주식시장의 전환점… ‘빚투’·‘영끌’ 지양하고 장기투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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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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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is

존 리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에서 회계학 학사를 마쳤다. 이후 라자드자산운용, 도이치투신운용, 스커더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주식운용 매니저로 활약했다. 특히 스커더인베스트먼트에서 최초의 한국 투자 펀드인 코리아펀드를 15년간 운용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2014년 메리츠자산운용에 최고경영자(CEO)로 합류했다. 주식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주식투자 전도사로 유명하다.

한국의 주식투자 전도사라고 하면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빼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그는 입버릇처럼 대한민국의 병폐로 사교육을 지목하고 유대인 방식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아이들에게 주식투자를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전도사는 동학개미들의 멘토가 됐다. 이전에도 전국각지를 돌며 청소년 금융교육에 적극적이었던 그였지만 최근에는 TV 프로그램, 언론,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더욱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창간호를 맞이해 존 리 대표를 만나 동학개미운동에 대한 그의 생각과 최근 투자시장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14일까지 개미자금이 100조원 유입되었습니다.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요?

▷엄청나게 큰 금액처럼 보이는데 사실 그렇게 큰돈은 아닙니다. 부동산으로 2000조~3000조원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에 비해 큰 금액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투자시장에서 큰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동학개미운동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시세폭락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과거 미중무역갈등 사례 등 과거 시장흐름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동학개미운동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서학개미운동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잖아요?(웃음) 사람들이 팬데믹을 겪어보고 위기를 크게 체감한 거예요. 굉장히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특히 크게 다가오는 겁니다. 그동안 플렉스(Flex), 욜로(Yolo), 소확행 같은 단어들이 유행했지만 위기가 다가오면 소비성향은 보수적으로 변하죠. 경제적인 위기의식이 신규투자자들을 주식시장에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빚투’ ‘영끌’이란 단어가 일상화되었을 정도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장기투자자금으로 보기 힘든 과열 우려는 없을까요?

▷교육을 하는 수밖에 없어요. 빚투를 하는 경우 장기투자가 어려워요. 마음도 급해지고 판단력도 흐려져요. 투자를 해놓고 잠을 잘 자야 해요. 투자를 해놓고 잠을 잘 자지 못한다면 그건 투기를 한 거예요. 내가 투자해놓고 잠을 못자는 투자는 안 될 일이죠.(웃음)

▶초보주식투자자를 의미하는 ‘주린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주식시장에 개미자금이 몰려오는 데 대해 최근 한 포럼에서 “동학개미의 돈을 어떻게 우리가 보호해야 되느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보호해야죠. 무엇보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은 개미들에게 자금을 받았잖아요. 이를 잘 운용해서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까요? 글로벌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주주 친화적으로 배당을 늘리고 과거에 하던 것처럼 자회사를 통해서 회사이익에 반하는 개인의 이익추구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정부와 감독 기관이 잘 감시해야 하죠. 특히 배당확대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주는 형태의 법제화가 필요하고 기업들 스스로도 주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경우가 많고 오너의 이익에 대부분 부합하지만 주주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의사결정의 경우에도 감시가 어렵다는 측면도 있는데요?

▷일례로 회사의 자금으로 골프장을 짓거나 인수한다고 보면 이는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라고 할 수는 없어요. 경영진이나 임원들이 회사자금을 활용해 편하게 예약하고 저렴하게 골프를 치겠다는 의중이 있는 거지요. 물론 그 와중에 일부 골프장 운용수익은 날 수 있습니다만 정상적인 회사운용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한 사례지만 이러한 것들을 모두 법제화해서 금지시킬 수는 없어요. 그래서 이사회 역할이 중요합니다. 제대로 감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법이 무서워요. 이사회 구성원이 제대로 감시하지 않을 경우 주주들에게 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많고 처벌도 비일비재 합니다.

▶개미투자자들의 우려 중 하나가 지금 한시적으로 금지된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에 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공매도는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걱정은 주식시장을 너무 단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서 그렇습니다. 공매도의 순기능이 있어요.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특정 주식이 오버슈팅되는 것을 막아줘서 투기세력을 견제하기도 합니다. 일종의 예방주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주사를 맞으면 살짝 아프잖아요. 그래도 큰 병을 막아줍니다. 공매도는 기본적으로 빌려서 투자를 하잖아요. 롱사이드에 있는 투자방향을 영원히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매일경제

박스권 횡보한 한국 시장 투자적기

정부도 해외자금 유치에 적극 나서야


▶팬데믹 이후에 기술주 등 신산업 시장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패러다임의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데에 투자자들의 베팅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신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미래를 이끌어 나갈 것이란 생각이 많아진 거예요. 한국도 그런 기업들이 많이 생겨야 해요. 그러려면 주식시장에 돈이 많이 들어와야 합니다. 연못에는 물고기가 별로 없어요. 강이 되고 바다가 되면 큰 물고기도 살고 고래도 생깁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바다 같이 키워야 하는데 이번 동학개미가 그 물꼬를 텄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주식을 친근하게 여기고 창업시장에 돈이 흘러가고 창업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혁신기업이 늘어나면 한국은 부자나라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주식을 잘 고르는 방식도 과거 가치투자가들의 방식과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인데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요?

▷좋은 주식은 당연히 달라집니다. 그렇다고 주식을 고르는 방식은 바뀌지 않아요. 가치투자방식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해요. 지금은 성장에 가치가 있는 것이죠. 시장에 돈이 흘러가는 회사들의 결도 많이 달라졌어요. 카카오게임 상장을 보세요. 사상최대 자금이 몰렸어요. 기업의 펀더멘털을 평가하고 종목을 고르는 데 있어 수익을 얼마나 창출할 수 있는 것이냐로 보는데 지금은 그것이 기술주, 헬스케어 관련 회사들인 것이죠. 자산운용사나 펀드매니저가 주식을 고르는 방식은 오히려 달라지면 안 된다고 봐요. 오히려 철학을 쉽게 바꾸는 회사나 매니저에게 투자하면 안 됩니다.

▶100조원의 자금 중 16조원이 해외 투자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대부분 미국 주식으로 진격의 개미들이 출정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은 주식시장에 돈이 말랐어요. 투자자들 성향도 주식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박스권 횡보에 대한 인식이 강했죠. 반면 미국은 돈이 넘쳐났죠. 남들이 쳐다보지 않을 때 투자를 해야 합니다.(웃음) 해외투자자들이 제게 물어보면 한국 시장은 상당히 매력적(Attractive)이라고 얘기해요. 정부가 정책적으로 돈이 넘치도록 제도를 만들고 창업을 위한 자금이 기업들에 흘러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도 넘쳐납니다. 미국에 새로운 기업들이 매일 등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

▶2030이 오랜 기간 주식에 투자하려고 해도 한국 시장의 장기수익률과 기업들의 생존기간 등에 의문어린 시선도 있습니다.

▷미국도 나스닥 일부 기술주의 수익률이 좋았지만 나머지는 크게 수익이 나지 않았어요. 큰 기업들이 탄생하지만 한국 시장의 몇 배나 되는 기업들이 사라지고 리먼 사태 등 부침도 있습니다. 최근 몇 년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 시장을 10년 20년 30년 놓고 보면 또 수익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어요. 혹자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있었으니 사면 안 된다고 하는데 생각을 바꿔야 해요. 장기간 박스권에 있었으니 이제 올라갈 때가 된 것이죠. 그리고 단적으로 애플의 시가총액이 2200조원이에요. 한국은 전체 주식시장규모가 1600조밖에 안 돼요. 삼성전자 LG 셀트리온을 비롯해 그 많은 기업들의 가치가 애플보다 낮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떤 걸 사야 할까요?

▶최근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데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펼치기도 하셨는데요?

▷한국 시장에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투자수익률도 신경 써야 하지만 그 이상으로 한국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도록 사용해야 합니다. 한국 시장이 작아서 해외에 투자를 한다고 하는데 시장이 작다는 생각도 자의적인 것이지요. 한국 시장에 자금이 흘러들어서 더욱더 큰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고 선순환을 통해 한국 시장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한국이 홍콩을 대체할 금융허브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하셨습니다.

▷한국이 충분히 세계의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어요. 안 될 것 같다고 미리 부정적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홍콩에 비해 한국이 부족한 점이 하나도 없거든요. 가장 안전하고 인터넷 인프라도 우수하고 외국인에게 굉장히 친화적입니다. 금융허브가 될 만한 인력풀도 홍콩에 비해 한국이 우수합니다. 특히 여성인력의 경우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고요. 유치하기 위한 적극성이 필요합니다. 법제도를 유연하게 바꿔 세제 혜택을 줘야 합니다. 해외의 경우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공공기금 자금을 맡기기도 합니다. 그에 비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아요. 선진금융을 배울 수 있고 그게 곧 인프라가 됩니다. 세계의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오면 그게 곧 한국이 부자가 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되는 것이죠.

▶평소 한국 국가경쟁력을 위해 사교육이 근절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요?

▷한국이 일본처럼 갈 것인가, 유태인처럼 갈 것인가가 갈림길이에요. 교육 시스템이 대표적입니다. 사교육을 줄이고 시험을 없애야 해요. 기업들 스스로 알아서 뽑아야 해요. 시험을 통해 뽑는 게 오히려 공정하지 않은 거예요. 시험 보는 것 빼고 다 잘하는 사람도 있잖아요.(웃음) 이러한 문화가 혁신을 막는 겁니다. 일본은 혁신기업이 안 나오잖아요. 젊은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일하겠다고 하고 시가총액 상위기업에 새로운 혁신기업이 나오지 않아요. 그에 비해 한국은 카카오, BTS 등 혁신기업과 세계적인 스타브랜드가 나오죠. 이게 우연이 아니에요. 끊임없이 도전하고 혁신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이러한 교육제도 같은 정체된 시스템을 바꿔가야 해요.

▶부동산 투자와 주식투자의 수익비교로 최근 화제가 되셨습니다.

▷부동산을 강남으로 한정해서 봐서 그래요. 지방에는 빈 집들도 많아요. 그리고 주식투자보다 부동산 투자가 유망하다고 보는 사람은 자본주의자가 아니에요. 주식투자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에요. 부동산은 리스크는 적지만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부동산보다 주식을 사야 하는 이유예요. 목돈을 한 번에 빚으로 끌어다가 이자 등 비용을 내면서 집을 사면 나중에 자산의 80%가 부동산이에요. 그런데 부동산이 가격이 떨어졌다? 그러면 큰일이 나죠. 월세는 버리는 돈이라고 하는데 은행이자 기회비용도 마찬가지예요.

▶주린이들을 위해 주식투자 공부를 시작할 때 조언해주실 점이 있다면?

▷하루에 30분이면 됩니다. 라이프스타일부터 바뀌어야죠. 부자들은 투자를 하면서 즐거움을 찾아요. 가난한 사람들은 소비를 하면서 즐거움을 찾죠. 비싼 커피를 마시는 대신 꾸준히 소액으로 주식을 사세요. 쓸데없는 소비부터 줄이고 투자에 나서야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부자가 되려면 가난하게 보여야 한다” “부자처럼 보이지 말고 부자가 돼라”라는 말씀을 평소 지론처럼 하시는데 정확한 의미가 무엇일까요?

▷가난하게 보이면 사람들이 커피도 사주고 차도 태워줍니다.(웃음) 우스갯소리지만 ‘요트를 사지 말고 요트를 가진 친구와 어울려라’라는 말이 있어요. 요트를 가진 자는 친구를 초대하고 음식을 마련하고 엄청난 요트 유지비를 내야 하지만 1년에 몇 번 타지 않거든요. 반면에 친구는 호사를 누리죠. 부자처럼 보이려면 가난해져요. 비용이 많이 들거든요. 진짜 부자들은 샤넬을 잘 사지 않아요. 오늘도 내일도 언제든지 살 수 있거든요.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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