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지난 16일 정책 발표… 뒤늦게 부모·교사 상대 설문진행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들이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른 학습 격차 완화를 원한다”며 ‘초1, 중1 매일 등교’ 정책을 지난 16일 교육부에 공식 건의했지만, 학부모들의 반대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에 건의부터 하고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찬반 조사는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뒤늦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아이들 일이고, 게다가 코로나 문제인데 부모들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교육감이 독단적으로 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방역 지침 벗어난 ‘매일 등교’ 추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10월 12일부터 초1, 중1은 등교 인원 밀집도 기준에서 제외해 매일 등교를 추진하자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방역 지침 벗어난 ‘매일 등교’ 추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10월 12일부터 초1, 중1은 등교 인원 밀집도 기준에서 제외해 매일 등교를 추진하자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선 등교 인원을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 전교생의 3분의 1 이하로 제한하고 있지만, 초1과 중1은 예외로 해서 매일 등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현재는 고3만 매일 등교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원격수업 장기화로 학생 공동체 경험 결핍, 교육 격차 등에 대한 (일선 교사와 학부모) 우려가 큰 만큼 등교 일수를 늘려 이를 보완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학부모와 일선 교사들이 원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건의 일주일 뒤에야 찬반 조사
조 교육감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매일 등교를 했으면 좋겠다는 설문조사나 근거가 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제라도) 조사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고 했고, 함께 배석한 실무자들은 “학부모 설문조사로 근거를 찾은 건 아니고, 언론과 학교 현장에서 관련 문제 제기가 있어왔고, 교장단도 (초1·중1 매일 등교에) 동의했다”고 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23일에서야 서울 시내 전체 초·중학교에 ‘중1·초1 매일 등교’ 찬반과 학생들의 원격수업 적응도 등을 교사와 학부모에게 묻는 익명 온라인 설문조사 요청 공문을 보냈다.
27일 시교육청은 “설문은 전날 종료됐지만 아직도 결과 취합은 못 했다. 28일쯤 분석을 끝내 향후 매일 등교 정책 논의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설문에 참여해 반대 의견을 냈다는 중학교 1학년생 학부모 박모(여·44)씨는 “지금도 학생과 교사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데 등교수업 지침을 바꿀 중요한 정책 추진을 일단 하겠다고 발표부터 해놓고 뒤늦게 의견 파악에 나선 게 어이가 없다”고 했다. 중등 1학년생 학부모 하모(46)씨는 “중등 1학년은 자유학기제라 이동 수업이 많아 아직 등교 수업은 불안하단 학부모도 많다”며 “등교수업이 위험하다며 준비 없이 질 낮은 원격수업부터 한 걸 지적했더니, 이번엔 방역대책에 대한 학부모 검증도 안 거치고 등교 수업부터 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매일 등교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에겐 “대신 원격수업 배움터 영상 강의와 학습꾸러미 등으로 대체 학습을 제공하고, 가정학습 시 출석을 인정하겠다”고 한 부분도 논란이다. 초등 1학년생 학부모 장모(34)씨는 “매일등교 도입 취지가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 격차 해소인데 감염 우려로 등교하지 않는 학생은 온라인 수업을 하라고 하면 어느 부모가 내 아이만 등교 안 시키겠냐”고 했다.
조 교육감이 만든 시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지난 23일부터 “현행 방역지침의 선을 넘는 매일 등교 정책 추진을 중지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청원이 늘어나고 있다. 학부모들은 부모들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매일 등교를 교육부에 건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섣부르게 정할 일 아니다”
등교 수업 자체가 아니라 시교육청 방역 대책 미흡이 문제”란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초1·중1이 매일 등교해도 각 학급은 현행 ‘과밀 학급’ 기준에 따라 30명 이하까지만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게 돼 방역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30명이라도 책상 간 거리 두기 유지가 힘든 교실이 있다"고 지적한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의 ‘초1·중1 매일 등교’ 안에 대해 “추석 특별방역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해 섣부르게 답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와 방역 당국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현행 방역 지침 내에서 강행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학년 등교일을 줄여 초1과 중1의 등교일수를 일주일에 3일까지 확대하는 방식 등이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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