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서로 다른 조사결과 내놓으면서 의문점만 커져
정부, 북측에 공동조사 제안했지만 선례없어 무산될듯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영길 국회 외통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 참석, 회의 시작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외통위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소연평도 인근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과 관련해 현안보고를 받았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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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우리 정부가 서해상 실종 공무원의 피살사건과 관련, 북측에 추가조사를 요구하기로 하면서 진상규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이같이 결정하고 필요하다면 공동 조사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 씨의 시신을 불태웠는지, 월북 시도 진술이 있었는지, 당시 총격 상황, 상부 지시 등을 두고 우리 정보당국의 첩보 판단과 북한이 대남 통지문에서 밝힌 설명이 달라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전날 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A 씨에 대한 북한군의 총격ㆍ시신 훼손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했다.
▲남북간 엇갈리는 주장 = 북한이 25일 보낸 통일전선부 명의로 보낸 전통문은 여러가지 의문점을 낳고 있다. 북한이 보낸 전통문과 우리 정부가 밝힌 사실중 다른 내용은 시신 훼손ㆍ월북ㆍ해군사령부 결심ㆍ시신 행방불명 등 4가지다.
북한은 전통문에 따르면 북한은 서해 북측 해역에서 총에 맞아 숨진 남한 국민의 시신을 불태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전통문에서 "사격 후 10여m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다"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됐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군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공무원 A(47)씨를 총살한 뒤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에 태웠다는 군 당국의 설명과 다르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A씨의 시신을 태우는 불빛이 "40분 동안 보였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A씨가 월북의사를 밝혔는지 여부다. 우리 군 당국은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이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선박을 이탈할 때 슬리퍼를 벗어둔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북쪽 해상에서 발견됐을 당시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이 그 이유라고 했다.
반면, 북한은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다만, 북측은 월북 의사 표명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총격에 대한 지시여부도 엇갈린다. 국방부는 "북한군 단속정이 상부 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왔다. 또 상부 지시 여부에 대해 남측은 사격 직전 해군사령부 계통의 지시가 있는 정황이 있다. 하지만 북한은 "단속 명령에 계속 불응해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공포탄)을 쏘자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면서 이에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침입자를 향해 사격했으며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측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라고 덧붙였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A 씨가 총을 맞고 바다로 사라졌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북한은 통지문을 통해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미터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명조끼를 입었다면 A 씨를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A 씨가 입은 구명조끼의 출처를 찾지 못하자 북한이 이를 역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군과 해경은 A씨가 사망 당시 착용한 구명조끼의 출처와 부유물에 대한 정체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있지 못한 상태다. 국방부는 A씨가 지난 22일 북한 등산곶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이를 근거로 국방부는 A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봤다.
해수부 규정에 의하면 499톤인 무궁화10호의 정원은 19명, 규정상 비치해야할 구명조끼는 29벌이지만 구명조끼는 이보다 훨씬 많은 85벌이 비치돼 있다. 선박은 출항 전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수량, 이상 유무 등을 반드시 파악한다.
남북간 엇갈리는 조사결과
1. 정부 “시신 훼손” VS 북측 “부유물만 소각”
2. 정부 “월북 정황” VS 북측 “의사는 못 들어”
3. 정부 “상부 지시” VS 북측 “규정에 의한 것”
4. 정부 “구명조끼 착용” VS 북측 “사격 후 행방불명”
▲북한은 공동조사할까= 청와대가 북측에 추가ㆍ공동조사를 요구했지만 남북 공동조사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까지 나서 공개 대남사과를 할 정도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도 사과를 한만큼 서명조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우선 우리 정부는 남북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추가조사 또는 공동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군과 정보당국이 파악한 부분과 북측의 설명이 다른 부분에 대한 의문 사항을 소상히 적은 문서를 북측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택할 수 도 있다. 남측이 제시한 의문점에 대해 북측이 추가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담은 문서를 통지문 형식으로 남측에 전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북측의 참여여부는 미지수다.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2008년 7월 금강산에서 박왕자씨 피살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정부는 북한에 현장 방문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지만, 북한의 거부에 부닥쳤다. 이 때문에 정부 합동조사단은 금강산 현장과 유사한 강원도 고성군 해안에서 50대 전후 여성과 마네킹을 이용해 탄도실험, 사물식별 시험 등 모의시험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2010년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국방위원회 검열단 파견과 공동조사를 요구했지만, 남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선례도 있다. 총격을 지시한 북한 군인 대면 조사와 감염병 등이 공동조사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침투를 경계하며 국경을 사실상 봉쇄하는 등 빗장을 걸어 잠그고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측 조사단의 입경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 때까지 상황을 계속 관리하면서 내년 1월 8차 당대회까지 (상황 관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은 이런 스케줄 때문에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상황을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공동조사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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