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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한류 거점 이탈리아…그들은 왜 한국영화에 열광할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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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전문가 "한국영화의 힘은 실패 두려워 않는 실험정신"

"비슷한 국민 정서도 인기 확산에 한몫…호감 점점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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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8회째를 맞은 피렌체 한국영화제를 만든 주인공들. 왼쪽부터 영화제를 주관하는 태극기-토스카나코리아문화협회 장은영 부회장, 카테리나 라베라니 영화평론가 겸 프로그래머, 리카르도 젤리 협회장. 2020.9.24. [태극기-토스카나코리아문화협회 제공. DB 및 재배포 금지]



(피렌체=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탈리아는 한국 영화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영화는커녕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한국 영화의 팬층이 가장 두꺼운 나라가 됐다.

23일(현지시간) 개막한 '피렌체 한국영화제'는 현지에서 우리 영화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영화제를 찾는 관객 중에는 한국의 감독과 영화 이름을 줄줄 읊는 수준의 마니아급 팬들도 많다.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영화의 힘은 무엇이고, 그들은 왜 한국 영화에 열광할까.

피렌체 한국영화제를 주관하는 태극기-토스카나코리아문화협회의 리카르도 젤리 회장과 지난 5년간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며 상영 작품을 선별해온 영화평론가 카테리나 라베라니를 통해 답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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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한국영화제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카테리나 라베라니 프로그래머(왼쪽)와 리카르도 젤리 회장. 2020.9.24. [태극기-토스카나코리아문화협회 제공. DB 및 재배포 금지]



라베라니는 24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가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배경으로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꺼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진취성과 실험 정신을 꼽았다.

다년간 한국 영화를 접한 경험으로 볼 때 장르와 형식, 내용 등에서 판에 박힌 영화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단순한 실험을 넘어 기어코 완결성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제작 능력과 다양한 얼굴을 가진 한국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높이 샀다.

결국 한국 영화가 누리는 지금의 위상은 경쟁력 있는 영화제작 시스템 속에 영화인들의 우수한 역량이 결합한 결과물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2002년 피렌체 한국영화제를 창설해 이탈리아에서 우리 영화의 저변을 넓히는 밑돌을 놓은 젤리 회장은 한국 영화의 탄탄한 인재 육성시스템을 눈여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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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연합뉴스) 피렌체 한국영화제 개막작 '블랙머니'가 상영된 극장 '치네마 라 콤파냐'. 2020.9.23.



영화 일로 1년에 3∼4차례 한국을 찾는다는 젤리 회장은 한국은 이론과 실무를 적절히 안배해 차세대 영화감독들이 일찍 제작·연출을 경험하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론에 치우친 이탈리아의 영화 교육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 인프라를 통해 역량 있고 창의적인 젊은 감독들이 꾸준히 배출되는 한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한국 영화의 위상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젤리 회장은 아울러 현실을 매우 잘 투영한다는 게 한국 영화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라면서, 특히 최근에는 장르와 주제의 선택 범위가 과거보다 크게 넓어져 어려운 선택에 부딪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한국 영화가 유럽 국가 중 이탈리아에서 특히 인기를 끄는 이유로 재미와 작품성이라는 기본 요소 외에 두 나라 국민이 공유하는 정서를 공통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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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년간 피렌체 한국영화제를 일군 리카르도 젤리 회장(왼쪽)과 장은영 부회장. 2020.9.24. [태극기-토스카나코리아문화협회 제공. DB 및 재배포 금지]



이러한 정서적 동질성을 갖게 한 요인으로는 여러 차례 이민족의 침략에 시달린 역사적 배경 외에 가족 중심의 생활 문화, '장유유서'(長幼有序)를 기초로 한 사회 질서, 지정학적 경험 등을 언급했다.

심지어 라베라니는 같은 유럽 문화권인 북유럽 국가들보다 오히려 한국과 정서적으로 더 가깝다는 의견도 내놨다.

한 나라의 영화는 결국 해당 국가 국민의 정서가 녹아든 종합예술이기에 이탈리아인이 한국 영화에서 느끼는 공감과 울림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예로 아프리카 이주민·난민 문제를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는 이탈리아인은 이른바 조선족으로 불리는 중국 동포와 한국인 간 갈등을 다룬 영화를 그리 어렵지 않게 소화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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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연합뉴스) 한국영화제의 상영관을 메운 이탈리아 현지 관객들. 2020.9.23.



조선족 밀항선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 '해무'가 현지에서 호응을 얻으며 큰 인기를 끈 것도 주제와 내용에 대한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베라니는 자신이 한국 영화에 반한 결정적 계기가 된 작품으로 '곡성'을 꼽으며 정서적으로 공감하지 못했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두 사람은 이탈리아에서 영화를 포함한 한국 문화의 호감도와 영향력은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팝과 K-드라마, 한국 영화가 선순환하며 동시다발로 다양한 세대를 사로잡고 있는 만큼 그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20년 전 우연히 현지 TV에서 방영한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년 개봉)을 보고서 감명받아 한국영화제 창설을 결정했다는 젤리 회장은 "과거에는 사람들이 중국·일본 영화만 찾아 아쉬웠는데 지금은 너나없이 한국 영화를 선호해 영화제에서 상영할 작품 입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웃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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