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중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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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승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바이트댄스의 틱톡 인수전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틱톡이 오라클과 파트너십을 맺을 것"이라며 "나는 그 거래를 축복한다"고 말했다.
지난했던 틱톡 복마전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분위기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바이트탠스의 틱톡과 텐센트의 위챗을 사실상 퇴출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시작됐다. 이전부터 틱톡이 미국 시민의 정보를 중국으로 유출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피는 가운데 사실상 틱톡의 미국 시장 퇴출을 선언한 상태에서 업계는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으로 코너에 몰린 틱톡의 공중분해를 조심스럽게 점쳤다.
다만 미국 내 틱톡 이용자가 1억명을 넘기는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이 미국의 서비스가 된다면 시장에서 퇴출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본격적인 눈치게임의 시작이다.
트위터가 일찌감치 자금 문제로 바이트댄스 틱톡 인수전에서 물러난 후 스카이프를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틱톡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MS는 미국의 유통공룡 월마트와 함께 보폭을 맞추며 틱톡 인수전 9부능선을 넘었으며, 기세를 몰아 단숨에 틱톡을 품어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적인 지지자로 알려진 래리 앨리슨이 이끄는 오라클이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오라클은 뒤늦게 틱톡 복마전에 뛰어들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기어이 인수합병의 흐름을 뒤집었고, 결국 MS와 함께 보폭을 맞추던 월마트와 함께 틱톡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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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바이트댄스와 중국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틱톡의 새로운 주인이 오라클로 좁혀지던 순간 바이트댄스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틱톡을 퇴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수정헌법 5조를 위반한 행위라며 캘리포니아 중부지역법원에 소송을 건 상태에서 최근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중국에 남기고, 미국에 새로운 본사를 설립하는 한편 데이터 조율 권한은 오라클 등 미국 기업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2008년 이후 무려 12년 만에 기술 수출 규제 개정안을 발표하며 중국 기업이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수출할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러한 지원사격에 힘입어 바이트댄스가 미국과 중국 모두를 만족시키는 카드를 뽑아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만만치않았다. 당초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틱톡이 제시한 안을 검토하기 시작하자 업계에서는 바이트댄스의 제안이 나쁘지 않은 거래일 것으로 보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지지를 예상했으나, 그는 단숨에 판을 뒤집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으로 각각 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나눠진 것을 두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발언을 통해 정국을 크게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 결과 19일(현지시간) 공개된 틱톡 복마전의 결론은, 온전히 트럼프의 뜻대로 펼쳐졌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중국에 사업부를 남겨두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수출하지 않지만 미국에 틱톡 글로벌이라는 새로운 본사를 설립하게 된다. 무려 2만5000명의 현지 인력을 고용하는 한편 6조원 규모의 교육 투자펀드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오라클 및 월마트가 주요주주로 참여해 틱톡 글로벌을 통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나선다.
오라클과 월마트는 틱톡 글로벌의 지분 12.5%, 7.5%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오라클은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 AWS와 구글 클라우드, MS 애저에 밀리는 상황에서 방대한 틱톡 B2C 데이터를 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월마트도 월마트 플러스라는 구독경제 플랫폼을 구상하는 가운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같은 동영상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틱톡을 끊임없이 압박해 틱톡 글로벌의 미국 사업을 추진하며 중국의 기술굴기를 꺾는 한편 막대한 일자리까지 창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틱톡 글로벌이 공화당의 텃밭이지만 최근 민주당의 강세가 시작된 텍사스에 본사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이득을 안겨줄 전망이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래리 앨리슨 오라클 CEO, 더그 맥밀런 CEO 등 본인을 지지하는 경제인들에 대한 확실한 이득을 보장하며 트럼프 진영의 강인함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무대도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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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사무실. 관건은 중국이다
틱톡 복마전이 처음부터 끝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틱톡 복마전의 최종결정에는 중국 정부의 허가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틱톡 복마전의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틱톡에 이어 위챗을 이끄는 텐센트에 대한 압박을 키우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블룸버그는 17일(현지시간) 미 재무부 산하 미국내외국투자위원회(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 S.)가 중국 텐센트 관련 회사를 대상으로 미국 시민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프로토콜을 질의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텐센트가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최근 애플과 앱스토어 인앱결제 논란을 겪기도 한 에픽게임스와라이어트(Riot)게임스 등이 서한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6일 틱톡에 대한 제재에 돌입하는 한편 텐센트 위챗에 대한 규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틱톡의 미국 사업이 완전히 종료되는 것보다 오라클 및 월마트의 지분 참여 형태로 이번 복마전이 매듭되는 것을 원할 수 있지만, 텐센트 등 중국 기업 전반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플랜B도 고려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틱톡 복마전의 결과를 온전히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틱톡의 지분율을 두고 오라클과 월마트 등 미국 기업의 지분율이 50%을 넘길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문제다. 사실상 틱톡 글로벌의 경영이 미국 기업기업에 넘어가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이를 좌시할 경우 제2의 틱톡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미 2000년대 초 자국에서 서비스되는 미국 기업을 모조리 퇴출한 후 만리장화벽을 쌓은 상태에서, 중국 정부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맞대응할 카드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여기서 틱톡 복마전에 있어 미국 정부의 안을 그대로 받을 경우 한 발 물러나면 백 발 물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틱톡 복마전 결정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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