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을 놓고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글로벌 스트리밍을 해서 그렇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해서 그렇다' 등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근본적인 사실은 그 모든 것이 넷플릭스의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입니다. 경쟁자에 비해 우위를 갖출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이냐고요? 창의력이 필요한 산업에 종사한다면 감시와 통제가 아니라 자극하고 격려하는 문화를 만드세요."
전 세계에 유료 멤버십 약 2억명을 확보하고 있는 미디어 회사 '넷플릭스'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 그는 "젊은 창업자들이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는 자기 회사의 강점을 어떻게 축적할 수 있느냐"는 매일경제 질문에 다른 무엇보다 '문화'를 만들라고 강조했다. 기술, 자본, 리더십 등과 같은 전통적 사업의 투입 요소가 아니라 창의적인 사람들이 미친 듯이 일할 수 있는 직원 다수의 행동 방식, 즉 기업문화를 '제대로' 설계하라는 메시지다. 미국 현지 특파원단과 진행된 인터뷰는 지난 9일(현지시간) 영상으로 이뤄졌다. 그는 넷플릭스보다 훨씬 컸던 지배자 '블록버스터'에 대한 이야기로 대답을 시작했다. '블록버스터'는 한때 전 세계에 종업원 8만명이 있었고 9000개 체인점을 두면서 매출액이 10조원에 달했던 비디오 대여 회사. 헤이스팅스 CEO가 최근 펴낸 책 '규칙 없음(No rules rules)'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창업 3년 차였던 2000년에 블록버스터를 찾아가 회사를 매입해 달라고 제안한다. 당시 넷플릭스 가치는 5000만달러(약 600억원).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
그러나 블록버스터는 이를 거절했고, 넷플릭스는 2002년 상장을 선택하게 된다. 헤이스팅스 CEO는 "당시 블록버스터 연 매출(6조원)은 우리보다 100배나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상장 후 넷플릭스 시가총액은 250조원을 넘었고 매출은 한 분기에만 6조원씩 올리게 됐다. 상장 후 주가는 4만1000% 올랐다. 반면 블록버스터는 2010년 파산하고 현재 미국 오리건주 시골 마을에 점포 하나만 남았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지금처럼 창의력이 강조되는 시대에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일하고 싶은 환경과 업무 방식, 인사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말단 직원들도 CEO에게 대들면서 자기 주장을 펼쳐도 아무렇지 않은 넷플릭스 문화가 단적인 예다. 자신이 주장한 대로 실행해 성과가 나올 경우 최고의 대우를 보장한다. 휴가나 복장 같은 각종 규정은 없앴다. 업계 최고 연봉을 지급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팀에 지장이 되는 이들은 내보냈다. 그는 "레시피를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사람들은 넷플릭스에 다니기 싫어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레시피에서 시작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자신만의 요리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넷플릭스가 적합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청년들에게도 어떤 문화를 가진 회사를 택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곳인지를 보고 그 회사의 문화를 판단하라"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앞으로도 구독모델을 지속할지 아니면 다른 접근이 필요할지를 포함해 모든 것에 대해 토론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하는 문화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반드시 지금과 같은 스트리밍 모델, 구독경제 모델에 집착하기보다 직원들과 토론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디즈니 플러스와의 경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을 보였다. 그는 "디즈니 플러스는 매우 놀라운 경쟁자"라며 "우리가 12년 걸려 이룬 60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 수를 디즈니 플러스는 1년도 안 돼 달성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그는 "디즈니 플러스(월 7달러)와 넷플릭스(월 9달러) 모두 값이 싼 데다 각자 거기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두 가지를 모두 구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킹덤'과 '사랑의 불시착'을 매우 재미있게 봤다"며 "한류 콘텐츠가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 잘 대처했기에 콘텐츠 제작을 지속할 수 있었고 이를 매우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