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쇼크 지속… 취업자수 6개월째 감소
‘거리두기 강화’ 통계 반영 안돼
실제 고용상황 더 악화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역대 최장기 장마까지 더해지면서 8월에도 취업자 수가 27만명 넘게 줄었다. 8월15일 광복절 연휴를 기점으로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과 그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의 악영향은 이번 통계에 반영되지 않아 실제 고용 상황은 통계보다 더욱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추석 연휴 이전 지원을 목표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10일 확정하고 11일 국회에 제출한다. 추경안에는 미취업 청년에 5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포함해 소상공인, 자영업 등 취약계층 지원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는 2708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만4000명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악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지난 3월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감소폭이 19만5000명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4월 47만6000명, 5월 39만2000명, 6월 35만2000명, 7월 27만7000명 감소한 데 이어 6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6개월 연속 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8월 연속 감소한 이후 11년 만에 최장기간 감소 기록이다.
◆서비스업 직격탄…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3조원 투입
업종별로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도소매업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17만6000명 줄었고, 숙박·음식점업과 교육서비스업도 각각 16만9000명, 8만9000명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여파로 채용을 줄인 영향이다.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7만2000명이 줄어들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6만6000명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있던 고용원을 해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7조원대 추경안 중 가장 큰 규모인 3조원을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에게 투입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영업이 금지된 12개 고위험시설 업종 중 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 단란주점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종은 일괄적으로 최대 2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고위험시설이 아니더라도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급감하거나 폐업한 소상공인도 지원금 지급 대상이다. 매출 감소폭이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100만원대의 지원금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원 대상 선별에는 국세청에 신고된 2019년 귀속분 종합소득과 부가가치세 신고자료 등을 활용한다.
그 외 제조업은 5만명이 감소했고, 증가 추세를 이어오던 농림어업 취업자도 장마 영향으로 3000명이 줄었다. 다만 3차 추경에 따른 재정일자리 사업 중 일부가 시행되면서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은 전년 동월 대비 5만5000명 증가했다.
정부는 학습지 교사, 학원 강사, 스포츠 강사, 방문판매원 등 특수고용형태근로자와 프리랜서, 무급 휴직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고용 취약계층 등에도 2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한다.
9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청에 취업 정보가 게시돼 있다. 뉴스1 |
◆20대 확장실업률 24.9%… 미취업 청년에 지원금도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감을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만 38만4000명 늘고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30대 23만명, 40대 18만2000명, 20대 13만9000명, 50대 7만4000명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직업이 있고 업체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통계청 조사기간 일주일에 단 1시간도 일하지 못한 일시휴직자도 전년 동월 대비 14만3000명 늘어난 84만6000명이다.
취업자가 줄면서 15세 이상 고용률은 60.4%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8월 기준으로 2013년(60.2%)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실업자는 6000명 늘어난 86만4000명이었고,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3.1%로, 8월 기준 2018년(4.0%) 이후 최고치다.
9일 오전 서울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신청자들을 위한 취업지원 설명회를 듣기 위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
특히 코로나19로 ‘취업문’이 닫힌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1.1%포인트 줄어든 42.9%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2.9%포인트나 폭등했고,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도 3.1%포인트 오른 24.9%로 8월 기준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취업자도 아니고,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에도 속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1686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3만4000명이 증가하며 통계 집계 기준을 변경한 1999년 이후 8월 기준으로는 최대치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분류된 사람은 246만2000명으로 8월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았다. 구직단념자도 13만9000명 불어난 68만2000명으로 8월 기준으로 2014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다.
정부는 추경안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미취업 청년에게 1인당 월 50만원을 나눠주는 내용을 포함한 ‘특별 구직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27만명 넘게 감소하며 6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9일 서울 시내 한 대학 내 취업광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코로나19 장기화로 맞벌이 부부 등의 돌봄 공백에 대비해서는 올 상반기 7세 미만 미취학 아동(230만명)에 대해 1인당 10만원씩 4개월간 총 40만원을 지급했던 아동돌봄쿠폰은 초등학교 1∼6학년(274만명) 자녀가 있는 가구까지 확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난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13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월 2만원의 통신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하기로 했다.
◆홍남기 “9월에는 더 어려워, 마음 무겁다”
8월을 포함해 역대급으로 처참한 고용지표는 다음 달 더 악화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고용 충격이 다음 달 통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 조사는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됐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조사 기간이 8월15일 광복절 집회 이후 재확산과는 시차가 있기에 직접적 영향은 받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다음 달 고용동향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다음 달 발표될 9월 고용동향에는 전국적으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이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청년층 등의 어려운 고용여건이 지속하는 가운데 발생한 추가 충격의 여파를 생각하면 벌써 마음이 무겁다”고 썼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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