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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이재명 지사 대법원 판결

[김광일의 입] 이재명 추미애 ‘합동 작전(?)’, ‘레임덕 정권에 구멍을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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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아들 탈영 의혹’, 추 법무장관과 아들, 이 모자(母子)에 대한 온갖 추문과 새로운 의혹들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아들을 평창올림픽 통역병으로 보내라”는 압력이 국방장관실과 국회로부터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직병에게 휴가 처리를 지시한 대위는 육군본부 부대 마크를 달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말들이 사실이라면 국방장관, 국회, 육군본부, 사실상 전방위 압력이 있었다는 증언인 셈이다.

오늘 아침 한 신문은 이런 제목을 달았다. “추미애 아들 의혹 ‘제2 조국 사태’ 될라…민주당 곤혹”. 다시 말해서 ‘추미애 사태’는 ‘조국 사태’와 판박이 닮아가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관이면서 동시에 문재인 정권이 자신들의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웠던 ‘공정성’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페어플레이’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지켜줄 줄 알았던 문재인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자기 자식만 황태자라도 된 듯 감싸 돌면서 공정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훗날 문재인 정권을 기술(記述)하는 역사가들은 이 시기 문 정부의 실패를 요약하는 세 단어를 ‘조국, 추미애, 무너진 공정성’으로 압축할지 모른다.

이런 와중에 이재명 경기지사는 문재인 정권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을 송곳으로 찌르고 나왔다. 그것은 바로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라고 하는, 좌우 정권의 근본적인 갈림길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을 치고 나온 것이다. 오늘은 이 얘기를 하겠다.

이재명 지사는 어제 일요일 새벽3시가 조금 넘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의 제2차 재난지원금이 ‘선별 지급’으로 굳어진 것을 비판하는 글이었다. 그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분열과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입니다.” 저도 사실은 처음에 제 눈을 의심했다. 너무 심하게 나간 글이었다. 이 지사의 페이스북이 해킹 당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간 했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이 문장에서 핵심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나간다’는 대목이다.

사실 크게 나눈다면, 민주당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100%에게 나눠주는 ‘보편적 복지’가 이념과 정책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고, 보수당인 국민의힘은 가장 어려운 계층을 먼저 살피자는 ‘선별적 복지’ 쪽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천문학적 액수로 치솟고 있는 ‘나라빚’ 때문인지는 몰라도 4차 추경으로 마련된 재난지원금 7조원을 선별지급하기로 정한 것이다. 노래방 PC방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대리운전·퀵서비스 기사 같은 특수고용직,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인 저소득층 등이 대상이다.

자, 이러한 선별지급에는 여야가 뜻을 함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별지급은 현실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선별의 기준을 정하는 문제다. 누구를 주고, 누구를 뺄 것인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작년에 가게를 연 자영업자는 되고, 올해 창업한 사람은 제외되느냐. 학원버스 기사는 되고, 화물차 기사는 안 된다는 말이냐. 이러한 선별 시비가 워낙 거셌다. 선별 기준을 정하다가 세월 다 갈 수도 있고, 또 어떻게 기준을 정하든 0.1%가 모자라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경계선 부근에 있는 사람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무조건’ ’100%’ 지급을 주장해온 이재명 지사가 바로 그 부분을 파고 든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질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곧바로 찬반으로 나뉘는 양상을 보였다. 문 대통령 열성 지지층은 이 지사를 이렇게 비난했다. “이재명을 제명해주세요. 당과 정부에 해당(害黨) 행위를 하고 있네요.” 반면 이 지사를 지지하는 당원은 이렇게 반박했다. “국민 지지율 1위 이재명이 싫으면 너희들이 탈당하라.” “선별지급이 맞는다면 무상급식도 선별 급식으로 바꿔라.”

그렇다면 이재명 지사는 왜 이런 글을 올렸을까. 그렇다.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민주당 내부의 주류·비주류의 갈등과 그리고 주류와의 한판 승부를 어차피 피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의 주류는 다음 세 갈래다. 하나는 80년대 학생운동 세력과 인맥들이다. 둘째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근무 이력이다. 특히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과 가까이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진골·성골에 해당한다. 셋째는 현 중앙정부 내에서 지난3년 형성된 친문 세력들이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는 이 세 가지가 하나도 없다. 셋 모두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 지사가 손에 쥔 무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과감한 정책적 승부수, 다른 하나는 대중적 지지도다. 이것으로 이미 성공했다. 오랫동안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던 이낙연 당 대표를 따라잡고 때론 추월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어떤 사안이 됐든 이낙연 대표와 선명하게 각을 세울 수 있으면 절대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이낙연 대표는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을 ‘자신의 신념’이라고 얘기했는데, 이재명 지사는 ‘배신감이 불길로 번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제 오후 당정청 회의가 끝난 직후 이재명 지사는 슬쩍 한발 물러섰다. 이렇게 말했다. “저 역시 정부의 일원이자 당의 당원으로서 정부 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다. 이는 변함없는 저의 충정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이재명’이 어디 갈까. 과연 이재명답다, 이런 생각이십니까. 불과 반나절 만에 ‘배신감의 불길’에서 ‘충정’으로 급선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에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무공천을 주장했다가 주류가 거세게 반발하자 이튿날 바로 거둬들인 적이 있다. 이재명 지사는 이런 대목에서 전혀 정치적·양심적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할 때가 있다. 능수능란하게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100% 지원으로 국민 여론전에서 포인트를 올린 다음, 국면이 흘러가는 것을 예의주시하다가 세불리(勢不利)를 느끼면 바로 한발 빼면서 친문계와 정면충돌을 피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미애 법무장관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마치 합동작전이라도 펴듯 문 정권의 레임덕 현상에 구멍을 내고 있다. 추 장관은 여러 의혹에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본의 아니게 판을 키우고 있는 양상이고, 이 지사는 전략적 행동으로 보일 때가 많다. 이 지사는 지지율 1위를 확실하게 차지하는 순간 민주당 주류도 자신에게 기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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