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반도체 굴기' 정면 봉쇄…최대 고객사 화웨이도 '타격' 퀄컴 등 미국기업도 '타격'…삼성전자 '반사이익'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중신궈지(中芯國際·SMIC)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자 7일 홍콩 증시에서 SMIC가 20% 넘게 폭락했습니다. 하룻 새 시가총액 약 280억 홍콩달러가 증발한 것입니다. 미·중 기술전쟁 속 미국의 중국 하이테크 기업 제재 수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 굴기’ 자존심으로 불리는 SMIC가 미국 제재를 맞닥뜨리면 미·중 양국은 물론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Q. 미국이 제재하려는 SMIC는 어떤 기업인가요?
SMIC는 중국 상하이에 소재한 국유기업으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입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SMIC는 시장점유율 4.8%로, TSMC 삼성전자(18.8%), 글로벌파운드리(7.4%), UMC(7.3%)에 이은 5위를 차지했죠. SMIC는 중국 내에서 최고의 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 1위의 대만 TSMC나 삼성전자에는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SMIC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국영반도체 펀드를 동원하고 세제를 감면하는 등 재정·정책적 지원을 퍼부었습니다.
Q. 미국은 SMIC를 어떻게 제재할까요?
미국은 SMIC를 거래제한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면 미국기업이 SMIC에 제품을 수출할 때마다 미국 상무부의 사전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미국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소프트웨어나 부품, 장비 공급이 중단될 수 있죠. 현재 미국 정부 블랙리스트에는 이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를 비롯해 중국기업 275곳이 올라와 있습니다.
Q. 미국은 왜 SMIC를 제재하려는 거죠?
표면적으론 SMIC와 중국 인민해방군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미국 국방부는 미국기업이 SMIC와 거래하면 미국 반도체 기술이 중국 군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죠. SMIC는 이미 “우리는 중국군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소용없어 보입니다. 미국의 제재는 사실상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화웨이가 그 표적입니다. 미국의 제재로 미국 반도체기업은 물론 대만 TSMC 등 해외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조달이 막힌 화웨이가 그 대안으로 선택한 게 SMIC이기 때문이죠. 블룸버그에 따르면 화웨이는 SMIC의 최대 고객사입니다. 지난 8월 기준 SMIC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습니다.
Q.미국의 제재로 중국이 입을 타격이 클까요?
SMIC는 사실상 반도체 생산 핵심 장비를 다수의 미국 기업에 의존해왔습니다. 미국의 제재로 SMIC의 반도체 생산이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죠. 번스타인 리서치의 반도체 전문가 마크 리는 “SMIC가 몇 년 내 파산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내놓았습니다. SMIC 주가가 7일 홍콩, 중국 증시에서 폭락한 이유입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 계획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화웨이를 비롯해 SMIC에 반도체 위탁 물량을 맡겨 온 중국 반도체 설계회사들도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입니다.
Q. 미국의 제재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나요?
SMIC는 중국 이외에 여러 해외 업체들과 협력해 왔습니다. 그 중 다수 미국 기업도 포함됐죠.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SMIC에 반도체 생산장비 공급할 수 없게 되거나, 또는 SMIC로부터 반도체를 납품받기 힘들어질 테니 미국 기업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죠. 미국 반도체 칩 장비업체 램리서치가 대표적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램리서치 매출의 1.1%가 중국 SMIC에서 나왔습니다. SMIC의 최대 미국 고객사인 퀄컴도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SMIC가 퀄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SMIC의 반도체 위탁생산이 어려워지면서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파운드리의 반도체 수주 물량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baeinsun@ajunews.com
배인선 baein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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