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육군 항공여단장, 위증 혐의로 고발돼

5월단체 등 “전 전 대통령 재판서 허위 진술”

5·18기념재단과 5·18 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등이 7일 광주지검 앞에서 5·18 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장이었던 송진원 씨를 위증죄로 고발하는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에서 “5·18 당시 광주를 방문한 적 없다”고 증언한 전 육군 항공여단장이 위증 혐의로 고발당했다.

5·18기념재단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5월단체, 조영대 신부 등은 1980년 5월 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장이었던 송진원 씨를 7일 광주지검에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인들은 송씨가 지난 해 11월 11일 전 전 대통령 재판에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고발인들에 따르면, 송씨는 당시 법정에서 “5·18 당시 광주를 방문한 적이 있는가요”라는 변호사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또 “광주사태 기간 동안에 UH-1H 헬기가 광주에서 활동하면서 도어건을 장착해서 비행을 하거나 헬기 사격을 실시한 사실은 전혀 없는 것이지요”라는 변호인 질문에 “예, 없습니다”라고 증언했다.

고발인들은 “1980년 항공병과사 기록에 따르면, 피고발인 송진원은 1980년 5월 26일 오후 2시45분쯤 광주를 방문해 다음 날인 27일 오후 5시45분경 부대로 복귀한 사실이 있다”며 “이로써 송씨는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해 위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송씨 뿐 아니라 당시 항공대대장과 조종사 등 헬기 사격을 부인한 증인들에 대해서도 1심 판결 선고 후 추가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7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조선일보DB

고발 대리인 김정호 변호사는 “국방부 특조위는 지난 2018년 계엄군 진압 작전에서 헬기의 역할과 헬기 작전의 내용, 헬기 사격을 실시하라는 계엄군의 구체적 명령의 존재, 헬기 사격 목격자의 진술, 전일빌딩 탄흔 등을 종합해 5‧18 민주화운동 기간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당시 헬기 부대를 지휘한 책임자인 송씨는 반성과 참회는 커녕 소극적 침묵을 넘어 적극적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허위 사실을 주장하고 있어 1차로 고발했다”며 “헬기 사격에 관여한 항공부대 지휘관과 헬기 조종사 등 군 관계자들이 더 늦기 전에 역사 앞에 진실을 고백하고 책임을 감면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송씨 외 다른 증인들에 대한 고발은 일단 보류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 사자(死者)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2018년 5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재판에서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검사와 피고인 측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이 수십 명을 증인으로 신청해 증인신문을 벌였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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