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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틱톡의 새 주인 찾기

틱톡·유튜브 B급 주식전문가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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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길게보고 크게놀기]"직접 투자하지 않고 말로만 주식을 논하는 영혼 없는 전문가를 믿지 말라"

머니투데이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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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한 투자전문가와 만난 적이 있다. 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글로벌 증시 대비 한국 주식이 극심하게 저평가돼 있다면서 코스피지수가 장기적으로 3000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이었다.

그 후 몇 달 안 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3월 한때 코스피지수가 1400선까지 폭락하자, 미래를 예측하는 건 정말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하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심지어 미국에서도 하루 몇만 명씩 확진자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하던 때였다.

◇증시 급락이 불러온 급등과 신규 투자자 유입

그런데 3월 말부터 글로벌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상황이 정반대로 달라졌다. 코스피 증시는 꾸준한 상승을 지속해왔고 9월 2일 2364.37로 거래를 마감했다. 작년 연말보다 7% 이상 상승했다.

3월 증시가 그렇게 급락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주가는 지금처럼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 증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주식투자를 안 하던 사람들마저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일부 우량한 종목들은 코로나19가 촉매역할을 하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미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3만선에 근접했던 다우존스지수가 18200포인트까지 하락했다 반등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밀물처럼 증시에 진입했다. 특히 수수료 없는 온라인 주식중개 플랫폼 ‘로빈후드’를 이용하는 2030세대가 기존의 주식투자 문법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이들은 CNBC같은 증권방송대신 틱톡 같은 동영상 앱을 보고 투자종목을 결정한다. 전통적으로 기관거래 비중이 높은 미국에서 개인투자자 거래비중이 10년래 최고치인 20%까지 상승했다.

한국 역시 2030 신규 투자자들은 유튜브를 통해서 주식투자를 배우고 투자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요즘 재테크 관련 유튜브를 보면 온갖 주식전문가들이 다 나온다.

그런데 이들이 정말 뛰어난 전문가일까? 이들 말만 듣고 투자를 하면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B급 주식전문가 전성시대

유튜브에 나오는 주식전문가들은 사실 B급 전문가일 가능성이 크다. 정말 투자능력이 뛰어나서 사람들이 경청해야 하는 A급 전문가는 기업분석 하느라 바빠서 유튜브를 하거나 나올 시간이 없다. 특히 거액을 굴리는 성공한 투자자일수록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에 허튼 곳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필자가 만난 수백억원 주식부자도 유튜브에는 절대 안 나온다. 수백억원을 가진 주식부자가 교통비도 제대로 주지 않는 유튜브에 왜 나오겠는가? 그 시간에 기업분석을 하거나 아니면 휴식을 취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대신 유튜브에 나오는 사람은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투자방법을 말해주고 돈을 버는, 그래서 유튜브에 출연해서 자신을 알려야 하는 B급 전문가인 경우가 대다수다. 아니면 유튜브를 전업으로 하는 유튜버들이다. 이들은 방송을 보는 투자자의 눈 높이에 맞는 자료만 준비해서 말하기만 하면 된다. 이들 모두 행동으로 보여주는 대신, 말을 들려주는 사람들이다.

‘블랙스완’(Black Swan)의 저자 나심 탈레브(Nassim Taleb)는 최근 출판한 ‘스킨인더 게임’(Skin in the Game)에서 직접 투자하지 않고 말로만 주식을 논하는 영혼 없는 전문가를 믿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에게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아닌 실제로 운영 중인 포트폴리오 종목을 보여 달라고 일갈했다. 말과 행동의 차이를 갈파하고 B급 전문가의 약점을 꼬집은 것이다.

얼마 전 필자가 만난 가치투자 전문가도 유튜브에 나가서 투자에 관한 좋은 말 좀 해달라고 권유하자 유튜브는 주가가 폭등하는 바이오주 등 성장주를 말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가치투자에 관해서 말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다며 실망과 걱정이 섞인 표정을 짓던 기억이 난다.

증시가 활황일 때는 눈감고 주식을 해도 돈을 벌 수 있다. 단지 그건 내가 투자를 잘해서가 아니라 시장이 좋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이 항상 좋기만 한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물이 빠졌을 때 비로소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호황이 지나고 불황이 와야 마침내 본질이 드러난다는 의미다. 언젠가 시장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해질 때, B급 전문가가 누구였는지도 드러나게 된다.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zorba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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