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노샤 총격 사건 여진 끝나기도 전에 LA서 또 발생
트럼프, 법과 질서 강조하며 시위대 폭도 규정
경찰이 쏜 20여발의 총을 등에 맞고 숨진 흑인 디잔 키지의 가족이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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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경찰의 흑인 총격사건 이후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미국에서 또다시 흑인이 경찰이 쏜 총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규모 폭동이 발생한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했지만, 추가 총격 사망 사건에 시위사태가 다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로스앤젤레스 인근 웨스트몬트에서 LA 카운티 보안관실 소속 경찰관 2명이 흑인 남성을 사살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한 디잔 키지는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법규 위반으로 적발되자 경찰을 피해 도망갔다.
언쟁 중 키지가 도주하자 보안관이 추격해 넘어뜨리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키지가 떨어뜨린 물품에서 총기가 발견되자 경찰이 그의 등에 총탄 20여발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안관실은 성명에서 "키지는 총을 소지하고 있었고, 경관을 폭행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키지 가족의 변호인 벤저민 크럼프는 "키지는 권총이 들어 있던 옷 꾸러미를 떨어뜨린 뒤 그것을 줍지 않았다"며 "오히려 경관들이 (달아나는) 키지의 등 뒤에서 20발 이상 총을 난사했다"고 비판했다. AFP 통신은 목격자가 "키지가 돌아서서 달아나자 경관들이 총을 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보안관실은 총격 횟수가 20발 이상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총격 사건 발생 후 현장에는 최대 100명이 모여 정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가족들은 경관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3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가 백인 경찰이 7차례 쏜 총에 4발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된 후 불과 일주일 만에 발생한 것이다.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한 만큼 대규모 시위가 또다시 확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 언론들도 백인 경찰에 의해 또다시 흑인이 등 뒤에서 총을 맞는 사건이 발생했음에 주목하고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시위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위사태를 부추길 수 있다는 현지의 우려에도 커노샤 방문을 강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해자인 블레이크 가족을 만나는 대신 시위 피해 상황을 점검한 후 경찰, 주방위군을 격려해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내세우는데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정치적 폭력을 멈추려면 우리는 급진적 이데올로기와 맞서야 한다"며 "우리는 위험한 반(反)경찰 언사를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폭력시위대를 향해 '무정부주의자' '폭도' '선동가'라고 비난한 반면, 시위에 대응한 경찰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한 일은 믿을 수 없다. 정말 고무적인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도 피력했다. 그는 "언론은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언론이 (시위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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