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격
공중분해 위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6일(현지시간) 중국 바이트탠스의 틱톡과 텐센트의 위챗을 사실상 퇴출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90일 이내에 틱톡의 미국 내 사업과 자산을 매각하라는 것이 골자다. 틱톡이 중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다.
정황증거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틱톡이 개인정보에 해당되는 12자리 고유 식별번호 맥 주소를 모아 중국 베이징에 본사가 있는 바이트댄스로 보냈으며, 이는 개인의 서비스 약관 동의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바이트댄스와 중국 공산당의 유착을 의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설득력이 더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틱톡은 사실상 미국 기업에 인수당할 상황에 직면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나섰다. B2B 사업군을 가진 MS는 틱톡을 통해 B2C 사업의 접점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MS의 시가총액은 1조6000억달러 수준에 이르고 1360억달러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큰 무리없이 틱톡을 인수할 것으로 여겨졌다.
현 상황에서 틱톡 사업부 일부 인수에 필요한 금액은 50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MS는 유통거인 월마트와도 손을 잡아 틱톡 인수전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월마트가 조만간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회원제 서비스인 월마트+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유튜브 대항마인 숏폼 콘텐츠의 틱톡을 인수해 사업 부문의 시너지를 노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중국 동영상 콘텐츠 업체들이 속속 미디어 커머스와의 연결을 시도하는 트렌드가 연출되는 가운데, 월마트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그 맥밀론 월마트 CE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기도 하다.
초반 인수전에 등판했던 트위터는 포기를 선언한 가운데 오라클도 틱톡 품기에 나섰다. 전형적인 B2B 기업인 오라클이 틱톡 인수에 나선다는 점도 놀랍지만, 틱톡에 대한 압박에 나서는 미국 정부가 오라클의 틱톡 인수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면은 더욱 눈길을 끈다.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 중 하나다.
최근에는 일본 소프트뱅크도 틱톡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미 바이트댄스에 총 30억달러를 투자한 상태에서 틱톡의 강력한 숏폼 콘텐츠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가 미국 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차라리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바이트댄스를 인수하는 것이 중국에게는 대안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소프트뱅크가 틱톡 인수전에 상대적으로 늦게 뛰어들었으나 일발역전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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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에 따른 인도 시장 퇴출, 여기에 미국의 압박으로 틱톡은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기업들이 틱톡 인수를 타진하며 관련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틱톡과 중국 정부의 반격이 시작되며 사태는 다시 출렁이고 있다.
시작은 바이트댄스다. 바이트댄스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틱톡을 퇴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수정헌법 5조를 위반한 행위라며 캘리포니아 중부지역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바이트댄스는 나아가 “우리는 중국 정부와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1만 개 가량의 미국 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 강조했다.
중국 정부도 개입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인공지능 기술 수출 규제 개선안을 발표하며 틱톡 사태에서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2008년 이후 무려 12년 만에 기술 수출 규제 개정안을 발표하며 중국 기업이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수출할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바이트댄스도 성명을 내고 자국 정부의 방침을 적극 따를 것이라 선언하며 문제가 복잡해졌다.
사실 틱톡 인수를 원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소비자와의 접점 마련, MZ 세대에 대한 접근, 소비 데이터 확보 및 동영상 콘텐츠의 커머스 기능 강화와 같은 틱톡의 강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틱톡의 강점은 자체적인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틱톡을 인수해도 자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얻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물론 플랫폼을 손에 넣으면 알고리즘을 새롭게 구성하거나 복원할 수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틱톡 인수에 나서려는 미국 및 일본 기업들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치열한 복마전
업계에서는 틱톡 인수전을 두고 각 플레이어들이 오랫동안 준비한 장기 전략의 충돌과, 서로의 상황을 역이용한 기발한 공격이 난무한다고 본다.
먼저 미국의 틱톡 압박을 보면, 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틱톡에 무차별 압박을 가하고 있음에도 중국은 이에 비견될 수 있는 대응책을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소위 만리장화벽을 세워 미국 등 외국 기업의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몰아내고 자국 중심의 ICT 환경만 구축한 원죄가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 당시 고집스러울 정도로 미국의 공격에 동일한 반격에 나섰던 중국이지만, 틱톡 사태에 있어서는 이러한 원죄로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다는 평가다.
그 연장선에서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의 원한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마크 저커버그는 2016년 3월 18일 스모그로 악명이 높은 중국 베이징 거리를 조깅했다. 그의 발은 중국땅을 밟고 있었으나 마음은 중국의 만리장화벽을 넘으려는 야망으로 가득찼다. 그렇게 마크 저커버그는 웃음을 머금은 채 마오쩌뚱 초상화가 내려다 보는 광장을 뛰었으며, 이후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와 함께 인공지능에 대한 환담을 나누고 현지 대학 강의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계 미국인 아내 프리실라 챈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중국과의 유대도 부쩍 강조했다.
그러나 상황은 저커버그 CEO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2018년 돌연 페이스북의 중국 자회사 설립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기업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18년 7월 초, 페이스북이 저장성 항저우(杭州)에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 명시되어 있었으나 이 계획이 돌연 철회됐다. 관련된 현지 언론 보도도 속속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WSJ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가 미 의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틱톡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기에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한 때 베이징 거리를 뛰며 친중파라 불리던 그였으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그는 기꺼이 반중파가 되었고, 이는 미국 정부의 틱톡 압박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인공지능 기술 수출 규제 개선안도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2017년 바이트댄스가 미국 뮤지컬리를 인수한 상황에서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최근 미국 스타트업 뮤지컬리의 기술이 지금의 틱톡을 존재하게 만들었다고 봤다. 미국의 자원이 중국의 틱톡을 키웠다는 평가이면서, 미국의 개인정보가 중국에 악용되고 있다는 상황판단이다. 이는 틱톡에 대한 강력한 행정명령의 근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 기술 수출 규제 개선안을 발표하며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이 외국에 스스럼없이 팔리는 것을 경계하고, 중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미국이 틱톡을 공격하기 위해 틱톡의 뮤지컬리 인수를 문제삼은 것처럼, 중국도 동일한 방식으로 보복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 내 작동되는 미국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없기에 동일한 서비스 중단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틱톡을 때린 방식에서 착안해 절묘한 우회공격방식을 찾았다는 평가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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