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인 '진인 조은산 탄핵하는 영남만인소' 靑 국민청원 올려
조은산 비판한 듯 보이나 실제는 靑·與 인사들 풍자
지난 29일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라는 제목의 상소문 형태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해당 글은 앞서 같은 게시판에 올라온 '시무 7조'를 비판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정부·여당 인사를 에둘러 풍자하는 내용이다.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상소문 형태의 풍자글 '시무 7조'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화제가 된 가운데, 이번에는 '영남만인소' 형식을 차용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에둘러 비판한 글이 올라왔다. 영남만인소는 1880년대 고종 시절 영남 지역 유생 1만여명이 정부의 개화 정책에 반대하며 낸 상소문이다.
앞서 지난 29일 자신을 '경상도 백두 김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백두 김모는 "근자에 있는 진인 조은산이라는 자가 여러 차례 '시무 7조'라는 이름의 망령된 상소문을 황상 폐하께 올려 나라를 어지럽히고 인심을 혼란케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소인에게 유전한 은산의 '시무 7조'를 대강 살펴보니 깨닫지 못하는 사이 머리털이 쭈뼛해지고 간담이 떨리며 홀연히 눈물이 흘러넘쳐 주체할 수 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고 밝혔다.
시무 7조는 자신을 '조은산'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이 지난 12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한 상소문 형태의 글이다. 당시 조은산은 해당 글을 통해 정부의 경제 및 부동산 정책 등을 비판한 바 있다.
청와대 본관 전경 /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백두 김모는 시무 7조 내용을 하나하나 비판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실제로는 정부·여당 인사들에 대한 풍자를 이어갔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서는 "도승지 노영민은 똘똘한 강남 한 채를 남기려다 그것마저 황상의 뜻을 받들어 오두막집 한 채도 없이 팔아버린 그야말로 황상폐하의 눈 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여쁜 신하"라며 "이제 그가 조선 천하에 머물 집도 없으니 어찌 대궐에서 내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승지 김수현 등 수많은 대소 신료들이 모두 똘똘한 강남의 집을 갖고 있어 황상폐하의 은혜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비꼬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성균관에서 유생을 가르칠 당시 세상의 온갖 일에 개입하여 지적질을 해댔다"며 "스스로 형조판서에 오르자 솔선수범해 그간 타인을 비난하던 일들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조 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릴 만큼 통찰력이 있는 인재"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영의정을 지낸 이낙연은 선대 무현황제(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이를 주도한 당여에 합세하고 있었다"며 "선대에 천추의 한을 남긴 허물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두 김모는 "사실 소인이 비천한 재주를 뽐내 허튼 글발로 허황된 상소문을 작성한 것은 오로지 나라의 사람들에게 한 번 읽혀서 모두들 허리를 잡고 한바탕 웃게 하려는 것"이라며 글을 마쳤다. 해당 글은 이날 오후 9시50분 기준 3950건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