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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커피·빵 파는데… 카페는 손님 못받고 빵집은 되고

조선일보 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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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커피·빵 파는데… 카페는 손님 못받고 빵집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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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2.5단계 자영업자들 혼란
"밤9시 되면 손님 다 내보내야 하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을 하루 앞둔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 먹자골목. 서울 동남권 대표 상권이지만 코로나에 비까지 내려 주말인데도 한산했다. 이 곳은 밥·술을 함께 파는 24시간 영업 식당과 호프집 등이 밀집한 지역이다.

30일 오전 0시가 되자 평소 24시간 운영하는 서울 천호동의 한 순댓국집이 영업을 중단하고 문을 닫았다.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식당과 술집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로 제한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0시가 되자 평소 24시간 운영하는 서울 천호동의 한 순댓국집이 영업을 중단하고 문을 닫았다.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식당과 술집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로 제한했다. /연합뉴스


◇①“어떻게 하라는 건지… 하루 전날 문자만”

이날 만난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불명확한 방역 지침을 혼란스러워 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심선영(46)씨는 “정부로부터 지침을 받은게 없고, 우리도 뉴스를 보고 2.5단계 한다고 알고 있는 것”이라며 “오후 9시가 되면 있는 손님도 다 내보내야 하는지, 취식은 안 하고 앉아만 있겠다는 손님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우리도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어 “주말은 일단 넘기고, 월요일에 (구청에) 전화해서 물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정애(63)씨도 “지침이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다른 집은 왔대요? 어떻게 언제 좀 한다고 지침을 미리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24시간 철판낙지집을 운영하는 박승자(57)씨는 “당장 내일부터인데, 오늘 휴대폰으로 문자 하나 날아온게 전부”라고 했다.

들쭉날쭉한 지침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같은 카페여도 프랜차이즈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고, 개인 카페는 앉아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먹자골목 인근 스타벅스, 탐앤탐스 등 프랜차이즈 카페 모두 규제 대상이었다. 다만 대로변의 2층짜리 널찍한 카페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규제에서 비껴났다. 카페 직원은 “원래 오후 10시반까지 영업하던게 9시까지로 영업 시간은 줄지만,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실내 취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등록 업종에 따라, 똑같이 커피와 빵을 팔아도 카페로 업종 등록한 사람은 매장 손님을 못 받고 제과점으로 등록한 사람은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도 벌어진다. 식당에 손님이 쏠리는 낮에는 매장 영업을 허용하고, 정작 한산한 밤에는 ‘포장’만 허용하는 지침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가 낮에는 괜찮고 밤에만 걸리냐’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에 포장 및 배달만 허용된 30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 통제된 좌석 앞으로 대기 선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수도권 지역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에 포장 및 배달만 허용된 30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 통제된 좌석 앞으로 대기 선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②“장사 안돼… 차라리 짧고굵게 2주간 셧다운” 의견도

그래도 자영업자들은 정부 방역 지침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입장이었다. 공권력이 무서워서이기도 하지만 ‘강도높은 방역만이 경제를 빨리 살리는 길’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버틸테니 2주간 완전히 셧다운이라도 해달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철판낙지집을 운영하는 박승자씨는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장사 안되는건 마찬가지인데, 2.5단계하다 결국 3단계할거면 무슨 생색내는 것처럼 조금씩 하지말고 다 똑같이 스톱시켜서 빨리 잡는게 낫다”고 했다. 24시간 순대국집 점주 유보영(42)씨는 “3단계 빨리 하자는 분들 말도 일리는 있는데, 그거 한다고 코로나 끝난다고 장담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언제 또 어디서 퍼질지 모르는게 문제”라고 했다. 설렁탕집 점장 권모(50)씨는 “3단계 되면 우리 같은 노동자들은 어떻게 사느냐”면서 “2.5단계에서 어떻게든 끝나면 좋겠다”고 했다.


29일 오전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한산한 서울 광화문 일대에 배달 오토바이만 분주해 보인다. 정부는 30일부터 내달 6일까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수위를 2.5단계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한산한 서울 광화문 일대에 배달 오토바이만 분주해 보인다. 정부는 30일부터 내달 6일까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수위를 2.5단계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 /연합뉴스


◇③‘포장’ 대신 식당 문 닫아…종업원만 줄줄이 휴직

먹자골목 초입의 24시간 식당들은 야간 영업을 중단하고 일제히 오후 9시에 문을 닫기로 했다. 정부가 ‘낮 영업은 하고, 오후 9시부터 새벽 5시까지는 포장 판매만 하라’는 지침을 줬지만 워낙 손님이 없는데다 인건비 등을 감안해 아예 닫기로 한 것이다. 포장이 어려운 음식을 팔거나, 원래 배달을 하지 않았던 음식점도 많은 이유도 있다. 영업 제한을 하루 앞둔 이날부터 애꿎은 종업원들이 줄줄이 휴직에 들어갔다. 2.5단계가 ‘약한 고리’부터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순대국집을 운영하는 유보영씨는 “점심 매출이 60%, 야간이 40% 정도 되는데 우리는 배달도 안하는데다 야간엔 포장 주문도 많지않아 야간조 2명이 근무해봐야 의미가 없다”며 “일단 오늘은 야간 근무자에 유급으로 쉬라고 했고, 6일까지는 야간조를 주간으로 돌려서 최대한 무급으로 쉬지 않게 비상 대응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설렁탕집 점장 권모씨도 “본사에서 9시까지만 하라는 지침이 내려와서, 야간조 직원들은 일단 연차를 내거나 무급으로 쉬게됐다”며 “원래 13명이 일했는데 이제는 5~6명밖에 일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로 다급한 상황이라는건 이해하지만, 생계가 달린 노동자를 계속 쉬라고 할 수도 없고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일반 식당은 보통 오후 9~10시면 문을 닫아 직접적 피해는 적은 편이다. 다만 24시간 식당, 술집이 일찍 문 닫으면서 상권 자체가 죽는 간접적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인근 추어탕집의 김응노(50) 매니저는 “예전엔 뜨내기 손님도 많이 왔는데 이제는 단골만 간간이 온다”며 “매출이 반의 반도 안되는 판인데 앞으로 사람들이 아예 안 다닐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어 “가게 주인은 코로나 잠잠해질 때까지 문 닫을까 생각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문 닫으면 집에서 쉬어야 하고 코로나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워 어떻게든 이 상태로 계속 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했다.


먹자골목에서 전단을 돌리던 한 중년 여성은 “하루 벌어먹고 사는데 주인이 내일부터 일주일간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면서 “매달 적금도 들어가는데 이러다 굶어죽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 곳 유동인구가 코로나 이전의 10분의 1도 안 된다”면서 “이 골목 모두 다 월세내는 사람들인데 정말 큰 일”이라고 했다.
정부가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차단하기 위해 거리두기 단계는 2단계를 유지하되 오는 30일 0시부터 9월6일 자정까지 방역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식당의 경우 야간시간 포장·배달만 허용되며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사진은 28일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차단하기 위해 거리두기 단계는 2단계를 유지하되 오는 30일 0시부터 9월6일 자정까지 방역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식당의 경우 야간시간 포장·배달만 허용되며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사진은 28일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 모습. /연합뉴스


◇④문 닫으라니 닫지만… 임대료 등 고정비는 고스란히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영업 중단 명령은 이해하지만, 문 닫아도 나가는 임대료·관리비 같은 고정비를 걱정했다. 30일부터 영업이 중단되는 한 스크린골프장에 들어가니, 점주 이희정씨가 매직펜으로 A4용지에 ‘8월30일부터 9월6일까지 휴업합니다’ ‘9월7일부터 정상 영업합니다’란 공고를 쓰고 있었다. 이씨는 “최근 2주새 매출이 팍 줄었는데 정말 미치겠다”며 “회사서 코로나 조심하라니 못 온다는 손님도 이해하고, 정부에서 영업금지하는 것도 이해하는데 이 동네의 비싼 임대료가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도 매출은 포기할 테니, 정부가 임대료를 반반씩만이라도 좀 부담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철판낙지집을 운영하는 이재규(57)씨도 “만약 가게 문을 닫게 되더라도 고정 지출이 있는게 제일 문제”라며 “월 임대료 800만원에, 인건비 300만원까지 월 고정비만 1000만원 넘게 나간다”고 하소연했다.

[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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