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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시무7조 상소문' 靑 청원 공개 전환…18만명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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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 "두 자녀 둔 30대 가장…현시대 문제점 얘기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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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時務)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글. 100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얻어 검토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비공개처리 되었으나 27일 오후 다시 공개됐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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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상소문 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이른바 '시무7조' 청원 글이 27일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됐다. 해당 글은 앞서 사전검토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검색이 되지 않아 청와대에서 일부러 글을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글쓴이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時務)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이는 통일신라시대 학자 최치원이 진성여왕에게 올린 정책 제안인 '시무 10조', 고려 전기 문신 최승로가 성종에게 올린 개혁안인 '시무28조' 등 상소문의 형식을 빌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청원은 글이 올라온 직후 게시판에 노출되지 않아 청와대가 비공개 처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청와대 측은 청원 글이 제대로 노출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오자 "정상 절차에 따라 글의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글이 공개된 직후 하루만인 28일 오전 7시30분께 기준 18만7466명의 동의를 얻었다.


'시무7조'를 작성한 글쓴이는 30대 후반 남성으로 필명 '조은산'으로 알려졌다. 2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청원인은 "인천에 거주하면서 두 자녀를 키우는 30대 가장이다. 글과 관련된 일은 하지 않는 박봉의 월급쟁이다. 큰 업적을 이룬 사람도, 많이 배운 사람도 아니며 그저 세상 밑바닥에서 밥벌이에 몰두하는 애 아빠일 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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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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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청원 글을 작성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가진 얕은 지식으로 현시대를 보고 문제점을 느꼈고 그 부분을 얘기했을 뿐이다. 제가 지지하지 않는 정권을 향한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제가 지지하는 정권의 옳고 그름을 따지며 쓴소리를 퍼부어 잘되길 바라는 게 제 꿈"이라고 했다.


이어 "묻힌 청원이 온전히 공개돼 국민들로부터 동의받을 수 있게 돼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알려지는 게 두렵다"며 "소신 있게 글을 쓰기 위해 평범한 소시민의 자리를 계속 지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 이후로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고 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앞서 청원인은 "기해년 겨울. 타국의 역병이 이 땅에 창궐하였는바, 가솔들의 삶은 참담하기 이루 말할 수 없어 그 이전과 이후를 언감생심 기억할 수 없고 감히 두려워 기약할 수도 없사온데 그것은 응당 소인만의 일은 아닐 것이옵니다"라며 "백성들은 각기 분(分)하여 입마개로 숨을 틀어막았고 병마가 점령한 저잣거리는 숨을 급히 죽였으며 도성 내 의원과 관원들은 숨을 바삐 쉬었지만 지병이 있는 자, 노약한 자는 숨을 거두었사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백성들의 삶이 이러할 진데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국회에 모여들어 탁상공론을 거듭하며 말장난을 일삼고 실정의 책임을 폐위된 선황에게 떠밀며 실패한 정책을 그보다 더한 우책으로 덮어 백성들을 우롱하니 그 꼴이 가히 점입가경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반발을 사고 있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어느 대신은 집값이 11억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현 시세 11%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 최근 '금융-부동산 분리론', '아기와 소금 이론' 등 부동산 관련 의견을 개진한 추 장관을 겨냥해 "본직이 법무부 장관인지 국토부 장관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은 어느 대신은 전·월세 시세를 자신이 정하겠다며 여기저기 널뛰기를 하고 칼춤을 추어 미천한 백성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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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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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문제와 관련해 "세금을 감하시옵소서. 이 나라의 조세 제도는 십시일반의 미덕이 아닌 육참골단의 고통으로 전락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오며 부유한 것이 죄는 아니거늘 소득의 절반을 빼앗고 부자의 자식이 부자가 되면 안 되니 다시 빼앗고 기업을 운영하니 재벌이라 가두어 빼앗고 다주택자는 적폐이니 집값 안정을 위해 빼앗고 1주택자는 그냥 두기 아쉬우니 공시가를 올려 빼앗고 임대사업자는 토사구팽하여 법을 소급해 빼앗고 한평생 고을을 지킨 노인은 고가주택에 기거한다 하여 빼앗으니"라며 "증세로 백성을 핍박한 군왕이 어찌 민심을 얻을 수 있겠사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부디 망가진 조세 제도를 재정비하시고 세금으로 혜택을 받는 자가 아닌, 세금을 납부하는 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세율을 재조정하시어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시옵소서"라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겨냥해서는 "영끌(영혼까지 돈을 끌어모으다)의 귀재, 희대의 승부사, 대출 한도의 파괴자", "지역구 배신자, 절세의 교과서"라고 주장했다.


또 수도 이전을 주장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어느 대신은 수도 한양이 천박하니 세종으로 천도를 해야 한다는 해괴한 말로 백성들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제 당파와 제 이익만 챙기며 폐하의 눈과 귀를 흐리고 병마와 증세로 핍박받는 백성들의 고통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시무 7조에는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기시어 정책을 펼치시옵소서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 ▲신하를 가려 쓰시옵소서 ▲헌법의 가치를 지키시옵소서 ▲스스로 먼저 일신(一新)하시옵소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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