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제이컵 블레이크의 모친인 줄리아 잭슨(왼쪽), 벤 크럼프 변호사(오른쪽)이 미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블레이크는 지난 23일 자신의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커노샤 경찰에게 총격을 당해 중태에 빠진 상태다./사진=AFP |
세 아이들 앞에서 미국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흑인 남성이 앞으로 걸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경찰 총격으로 쓰러진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 주니어(29)의 변호인인 벤 크럼프는 "그가 다시 걸으려면 기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환이 블레이크의 척수를 관통하면서 척추뼈를 부숴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것이다. 장기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다른 변호인이 덧붙였다.
피해자 부친인 제이컵 블레이크는 앞서 시카고 선타임스 인터뷰에서 아들이 반신불수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부친은 이날 회견에서 "그들(경찰)은 내 아들을 겨냥해 7번이나 쐈다. 마치 내 아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처럼 말이다"라면서 "하지만 내 아들은 소중하고 그 역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모친인 줄리아 잭슨은 "아들이 사건 후 처음으로 한 말이 '미안하다'였다"면서 "아들은 '난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다시는 걷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위스콘신 '흑인 피격' 항의 시위로 자동차들이 불타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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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FBI, 사건 조사 착수…경찰 총겨눈 원인 안밝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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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에 따르면, 변호인단은 경찰 당국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낼 계획이다.
블레이크는 지난 23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경찰관들과 말다툼을 벌이는 듯한 장면이 포착된 직후 주차돼 있던 자신의 자동차로 걸어가 문을 여는 순간 등 뒤에서 경찰 총격을 받아 쓰러졌다.
경찰은 가정폭력 신고로 출동했다는 언급 외에는 총격 경위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위스콘신주 법무부는 총격을 가한 경찰관 2명이 휴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블레이크가 다른 주민들 사이의 싸움을 말리다가 경찰의 총탄에 맞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크럼프 변호사는 블레이크가 두 여성간에 벌어진 싸움을 말린 이후 현장을 떠나려다 총에 맞았다고 밝혔다.
현장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블레이크는 조수석에서 내려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이동했고, 그 순간 백인 경찰 2명이 블레이크의 등 뒤에서 수차례 권총사격을 가했다.
차에 타고 있던 블레이크의 3살, 5살, 8살 세 아들은 고스란이 이 장면을 지켜봤다.
동영상에는 주민으로 추정되는 여성도 등장하는데, 경찰의 총격에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해 참사 직전의 상황을 묘사한 변호인의 발언을 뒷받침한다.
블레이크의 영상을 촬영한 이웃 주민 레이션 화이트는 CNN에 "출동한 경찰이 블레이크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붙잡고 가슴을 때렸다"며 "또 다른 경찰은 반대편에서 그의 머리를 잡고 눌렀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의 폭력이 이어지자 화이트는 카메라를 들고 녹화를 시작했다.
그의 영상은 SNS를 통해 확산됐는데, 한 백인 경찰관이 블레이크에게 7발의 총격을 가하는 장면히 고스란히 담겼다. 위스콘신주 법무부에 따르면 당시 차 안에는 블레이크의 자녀 3명이 타고 있었으며, 아버지가 총에 맞는 모습을 모두 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왜 블레이크에게 총을 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위스콘신주 법무부와 미 연방수사국(FBI)은 경찰 측의 의뢰로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위스콘신 '흑인 피격' 항의 시위로 불에 탄 자동차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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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목숨도 중요하다" 시위 격화…연방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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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에서는 블레이크가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나오며 이 사건이 '제 2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벌어진 이번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다시 들끓는 분위기다. 블레이크 사건이 발생한 커노샤에서는 이틀간의 폭력 시위로 수십 개 건물이 불에 타고, 다수의 상점이 파괴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위대는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거부하고 매디슨의 주 청사를 향해 가두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시위로 경찰 1명이 부상을 입고 화재가 발생하자 케노샤시는 25일 오전 7시까지 통행금지령을 선포했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커노샤에 배치된 주방위군 병력을 기존 125명에서 250명으로 두배 증원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애틀, 샌디에이고, 포틀랜드 등 미국 곳곳 주요 도시들에서도 동조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샌디에이고와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경찰과 충돌한 일부 시위대가 체포됐다.
피해자 가족은 폭력시위를 멈춰달라고 하소연했다.
피해자의 모친 잭슨은 커노샤의 폭력 시위 양상은 가족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면서 아들이 이 장면을 봤다면 "절대로 기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시민들이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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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주 위스콘신…대선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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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11월3일)을 두 달여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건은 대선판을 크게 흔들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위스콘신주는 공화,민주 양당의 표심이 경합을 벌이는 전통적인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 해당한다.
과도한 공권력 행사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면서 부동층의 표심은 선거 막판 크게 영향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블레이크가 가정 폭력과 성범죄 전력이 있으며 경찰을 공격한 전력이 있다"는 주장을 담은 트윗 글을 리트윗하는 등 대선 판도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황시영 기자 apple1@, 이지윤 기자 leejiyoon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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