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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재난지원금 지급

"화끈하게" vs "신중히"… 당정, 재난지원금 공방 '2차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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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적극적`, 당국 `소극적`..1차 갈등 때와 판박이
1차 때와 달라진 여건에 여당 내 분위기 변화도 감지
한국일보

1차 재난지원금 대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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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2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재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역에 집중하자"며 일단 결정은 뒤로 미뤘지만, `서둘러 지급해야 한다`는 여당과 `지급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재정당국의 기싸움이 물밑에서 팽팽하다.

상반기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와 지금은 여러모로 상황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일단 지급 방침이 서면, 규모와 지급 범위 등을 놓고 당정 간 갈등이 다시 표면화될 거라는 관측이 높다.

재연된 공방


지난 23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은 유보됐지만, 24일에도 정치권의 화두는 여전히 `재난지원금 지급'이었다.

당 지도부인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결국 2차 재난지원금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도 "서둘러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직 수원시장이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 뛰어든 염태영 후보는 "재난지원금 지급 타이밍을 놓치면 안된다. 추석 전에 지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재난지원금은 전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선별지원론을 정면 비판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당 공식 입장은 재난지원금 검토가 아니라 방역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당 내 유력 정치인들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기정사실화하고 관련 발언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여당의 이런 움직임에 재정당국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곧장 방어전에 나섰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100%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할 것"이라며 "(전국민에 줬던) 1차 때와 같은 형태로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정 부담이 상당할 것이며, 전 국민 지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그는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시기는 광장히 어려운 시기였고, 지금은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는 양상"이라며 사실상 지급 자체에 반대한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1차 때와는 여건 다르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당정의 입장 차이는 기본적으로 지난 4월 1차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재정당국은 막대한 재원 부담을 들어 대규모 지급에 소극적인 반면, 여론 흐름과 경제 살리기 성과에 더 집착하는 여당은 되도록 빨리, 더 많은 사람에게 줄 것을 강조한다.

다만 4월과 달라진 환경 때문에 여당 내부에서도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우선 급증한 재정적자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 정부의 선별지원론을 지지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를 맞아 48년 만에 3차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역대 최고인 43.5%까지 치솟았다.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9조원가량의 재원을 마련한 1차 때와 달리,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100% 나랏빚으로 남는 적자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올해 적자 국채 발행분은 이미 37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민주당 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이날 “2차 재난지원금은 어려운 분들을 더 두껍게 돕는 차등 지원이 맞다”고 선을 그었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도 "일정 소득 기준 이하의 중ㆍ하위 계층에 지급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신동근 의원은 “하위 50%에게 두 배로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도 정치권이 광범위한 지급을 주장하는 건, 재난지원금이 가계소득 증가, 소득분배 개선 등에 실제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소득은 전년대비 4.8%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로 가계의 근로ㆍ사업 소득은 감소했지만, 재난지원금 효과로 '정부 이전소득'이 전년대비 80%나 급증한 영향이었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사이의 소득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도 지난해 2분기의 4.56배에서 4.23배로 낮아졌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소득 하위 계층에 집중해 재난지원금을 뿌릴 경우, 현 정부의 아픈 손가락인 소득분배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여당이 코로나 확산세가 나타나자마자, 재난지원금 카드를 서둘러 꺼낸 이유"라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기획재정부 등은 2차 재난지원금 편성에 여전히 소극적 입장이다. 정부 내에서는 여당이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1차 때와 같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재정당국이 강하게 반대하는데 여당이 1차 때처럼 또다시 밀어붙이기식 재난지원금 편성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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