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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재난지원금 지급

2차 재난지원금 논의 빌미된 기재부의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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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절 연휴 이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이 나타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이 나오는 배경에 기획재정부의 자화자찬이 한 몫 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 5월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급된 13조2000억원 규모의 전(全)국민재난지원금이 2분기(4~6월) 2인 이상 가구 가계소득 증가, 소득분배 개선 등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위한 4차 추경에 부정적인 입장인데, 역설적으로 재난지원금에 대한 기재부의 긍정적인 평가가 여권의 2차 재난지원금 주장에 논리적 근거로 활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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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 겸 제1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24일 기재부 등 세종시 관가에 따르면, 여당과 정부는 지난 2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협의회를 개최해 현 시점에서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안을 논의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에 모든 역량을 모은다는 취지에서다.

이날 회의는 여당에서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정부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재성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2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경 편성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차기 민주당 대표 경선 주자인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는 지난 22일 온라인 연설회에서 2차 재난재원금 지급을 주장했다. 차기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2차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24일 재난지원급 지급을 위한 4차 추경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나눠줄 때는 양극화 문제를 염두에 두고 어디에 가장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하는지 검토하면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잠잠했던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지난 21일을 계기로 분출한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이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에 불을 지폈다는 반응이 나온다.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소득은 전년대비 4.8% 증가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위축으로 가계의 근로·사업·재산소득이 모두 감소했지만, 재난지원금 효과로 이전소득이 전년대비 80%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사이의 소득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도 지난해 2분기의 4.56배에서 4.23배로 낮아졌다.

이에 기재부는 별도 보도자료를 내고 "분배지표가 개선된 데에는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대응이 크게 기여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재위에 출석해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민생의 어려움이 커질 때 적극적으로 정책 대응하는 것은 정부 본연의 역할"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이같은 정부 평가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요구의 논리적 근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이를 위한 4차 추경예산 편성 검토를 공식화한 최고위원회에서는 2분기 가계동향을 언급한 발언이 잇따랐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2분기 가계동향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공적 이전소득이 시장소득 감소를 보완했다"며 "긴급재난지원금, 소비쿠폰, 긴급복지확대 등이 버팀목이 됐던 것"이라고 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정부의 선제적 역할이 중요한 때"라며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내수 위축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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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맨 오른쪽)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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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여당 기재위 관계자는 "당에서는 총선 1등 공신인 재난지원금을 다시 지급해서 최근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는데, 정부가 재난지원금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공식 보도자료를 낸 것이 천군만마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정책효과의 긍정적인 측면만 과대포장하는 정책홍보로 스스로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권의 해석과 달리 경제전문가들은 2분기 가계동향을 재난지원금의 정책적 한계가 드러난 지표로 분석한다. 1인당 25만~40만원을 지급한 것에 비해 가구 소비지출 증가 규모가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13조원이 넘는 재난지원금을 뿌린 것에 비해 소비지출이 증가 효과에는 미미한데, 이런 점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긍정적인 효과만 자화자찬한 것이 방만한 재정지출을 경계하는 기재부의 입장을 옥죄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게 했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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