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史 최초의 실증적 연구로 獨에 첫 노벨문학상 안긴 고전
로마법·문학 전공한 세 학자… 10년간 10권 번역 대장정 출발
"학문마다 용어·용례 달라 번역용어 정하는 게 제일 어려워
최종목표는 35권짜리 역작 리비우스의 '로마사' 공동번역"
로마법·문학 전공한 세 학자… 10년간 10권 번역 대장정 출발
"학문마다 용어·용례 달라 번역용어 정하는 게 제일 어려워
최종목표는 35권짜리 역작 리비우스의 '로마사' 공동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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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젠의 로마사> 번역자인 성중모 김동훈 김남우 박사(왼쪽부터). 세 사람은 이번 번역을 통해 번역용어를 정하는 것부터 역사기술 구성방식까지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박서강기자 pindrop@hk.co.kr |
150여년 만에 번역한 김남우·김동훈·성중모 박사
150여 년 전 발간된 '로마사의 고전' <몸젠의 로마사>(푸른역사 발행)가 지난 주 처음 우리말로 번역 출간됐다. 로마 문학, 법학을 전공한 세 학자가 의기투합해 번역한 이 책은 1년에 한 권씩 앞으로 10년간 출간될 예정이다. 29일 통의동 푸른역사 아카데미에서 만난 세 사람은 번역 계기를 묻자 엉뚱하게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대학에서 <로마인 이야기>를 역사 교재로 쓴다고 하더라고요. 소설에 가까운 책이 학계 주류로 인식되는 걸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김남우 정암학당 연구원)
독일 법학자 테어도르 몸젠(1817~1903)이 쓴 <로마사>는 로마 역사를 일종의 '신화'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로마의 흥망성쇠를 최초로 실증적으로 관점에서 연구한 고전 명작이다.
1854년부터 3년에 걸쳐 3권으로 나온 이 책은 1902년 몸젠에게 독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어, 불어, 일본어 등 15개 언어로 번역되며 역사학계 전설이 됐지만, 우리말 번역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못했다. 라틴어, 희랍어에 능했던 저자가 실제 자료를 근거로 로마사를 설명한데다, 문학 종교 법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에 한두 사람의 연구자가 번역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김남우 연구원은 2년여 전부터 이 책을 공동 번역할 학자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로마문학을 전공한 김동훈 박사, 로마법을 전공한 성중모 박사가 동참하면서 '번역 여정'이 시작됐다. 푸른역사 아카데미에서 매주 월요일 두 시간씩 세미나를 하면서 번역 용어와 표현을 통일했고, 일 년에 걸쳐 400여 쪽을 번역하고, 몇 달에 걸쳐 다듬은 후 1권을 출간했다.
"대개 로마서가 로마 공화정 시기를 다루는데 반해 몸젠의 로마사는 로마건국부터 멸망까지 모든 과정을 다룹니다. 역사적 증거물을 제시하는 과학적 역사연구의 서두를 연 작품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죠." (김동훈)
세 사람은 공동번역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번역 용어를 정하는 것을 꼽았다. 이전 역사서 번역에서 일본어나 외래어를 차용한 경우가 많아 쉬운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자는 데는 합의했지만, 같은 용어를 학문마다 쓰는 맥락과 뜻이 달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성중모 박사는 "로마법학자가 쓴 몇 안 되는 역사서이기 때문에 인문학자가 쓴 다른 역사서와는 용어와 전개방식이 다르다"고 말했다. "인물 중심이 아니라 제도 중심의 역사서죠. 사회구성, 제도가 어떻게 역사적 전개를 만들어가는지를 탐구하는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법률 용어가 많은데, 국내 로마법 번역은 이제 번역용어를 확정하는 걸음마 단계라 시행착오도 겪고 있고요."(성중모)
독일어 원본은 우리말로 옮기면서 400쪽 분량의 10권으로 늘었다. 이 책 번역이 끝나면 또 다른 여정이 남아 있다.
"최종 목표는 고대 로마 역사가 리비우스(기원전 59~기원후 17)가 쓴 <로마사>를 번역하는 겁니다. 142권 중에 내려오는 건 35권인데, 한명이 번역하기는 버거운 분량이죠. 국내 출판계에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공동번역이 가능한지, 시장성은 있는지 <몸젠의 로마사>가 시험대가 될 것 같습니다."(김남우)
몸젠의 로마사 이윤주기자 영국 에드워드 기번(1737~1794)이 쓴 <로마제국쇠망사>와 더불어 로마사 연구를 집대성한 근현대 대표작으로 꼽힌다. 몸젠의 로마사가 이전 로마사와 차별화된 지점은 인물이 아닌, 국가 제도를 통해 로마사를 설명하는 것과, 로마사를 이탈리아 역사의 일부로 설명한 것이다. "로마인들이 이들(이탈리아 반도에 살았던 민족)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세력이긴 했으나, 그들도 이들 가운데 한 부분이었을 뿐"이라는 것이 몸젠의 견해다. 몸젠은 이 책에서 로마사를 두 개로 구분해 이탈리아어계 민족의 주도 아래 이탈리아가 통일되기까지 내부 역사, 통일 후 이탈리아가 세계를 지배하기까지의 역사로 소개한다. 이탈리아어계 민족이 반도에 정착해 다른 민족에 저항하며 이들을 정복한 과정, 기원전 5세기 후반 로마인이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둔 과정, 카르타고 전쟁을 시작으로 로마제국이 번영하다 몰락한 흥망성쇠를 다양한 역사적 사료로 펼친다. 로마 건국부터 공화정시기를 다룬 1~3권이 1854~1866년에 잇따라 출간돼 국내 학계에서 <몸젠의 로떻?는 주로 공화정 시기만 연구됐다. 몸젠은 황제정 시대 경제를 다룬 4권, 카이사르부터 오클레아티아누스 황제까지 로마 속주를 다룬 5권을 기획했으나, 1904년 5권만 유작으로 출간됐다 |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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