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연일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방송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방송사는 셧다운 됐고, 드라마 촬영장은 전면 중단됐다. 방송가는 그야말로 “한 명이 걸리면 끝장이다”라는 분위기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한차례 코로나19 위기를 견뎌낸 방송가가 재확산 여파까지 피해가진 못했다. CBS는 지난 18일 라디오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김현정의 뉴스쇼’ 녹음에 함께한 기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방송사 전체가 ‘셧다운’에 들어갔다. 해당 기자와 한 공간에 있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와 김현정 앵커는 물론 기자, PD, 스태프도 즉각 격리 조치됐다. 또 CBS에 이어 20일에는 SBS 상암프리즘타워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사옥 전체를 폐쇄했다. 방송가 곳곳에서 잇단 확진자가 발생해 업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방송가에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확진 판정을 받은 연예인도 속속 증가하고 있다. 서성종, 허동원, 김원해 등 드라마, 연극 등 작품에 출연 중인 배우들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들이 출연 중인 작품에 함께 참여하는 스태프, 배우들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대기 중이다.
이로 인해 드라마 현장은 직격타를 맞게 됐다. 19일에는 KBS2 월화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 단역배우 서성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촬영이 전면 중단된데 이어 그와 접촉한 배우 허동원이 20일 확진 판정을 받으며 그가 촬영에 한창이던 KBS2 새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 촬영이 긴급 중단됐다. 뿐만 아니라 tvN ‘스타트업’, JTBC ‘장르만 코미디’, ‘사생활’, ‘경우의 수’, ‘런 온’ 등도 줄줄이 출연배우의 코로나19 검사로 촬영을 멈춘 상태다.
코로나19 문제로 드라마 촬영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2차 감염까지 확인된 상황에서 앞으로 이러한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한 드라마 PD는 “보통 150명 이상의 스태프, 배우들이 함께하고 지방 출장 등 이동도 잦은 드라마 촬영장은 코로나19 시국 이후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면서도 방영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노심초사하면서도 일정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다른 드라마에 비해 촬영 스케줄이 많은 한 일일드라마 관계자는 “야외신들이나 장소를 대관해야 하는 신들은 미루거나 세트신으로 바꾸며 찍고 있다. 심각할 경우 대본수정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무사히 드라마를 마친 배우들은 종영 인터뷰에서 “두달 넘는 시간 동안 혹여나 확진자가 나오진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며 촬영했다”, “메이크업 혹은 촬영할 때는 마스크를 쓰지 못해 불안하기도 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방송사는 집단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수의 인원이 모여 작업하기 때문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방송이 전면 중단될 뿐만 아니라 전염 범위도 무한히 확장된다. 실제로 EBS1 프로그램 ‘K-POP 한국어 안녕하세요 커레야’에서는 지난 17일 외주 PD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출연자 3명이 연달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 14일 일산 EBS 녹화 중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배우 오만석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허동원의 분장사와 접촉한 이력이 있어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되면서 그가 녹화에 참여했던 JTBC ‘장르만 코미디’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초 관객 참여 방송, 해외 로케이션 예능부터 페스티벌, 콘서트, 영화 개봉 등이 코로나19로 ‘올스톱’ 되면서 문화계는 보릿고개를 겪었다. 그러다 최근 조금씩 기지개를 피던 찰나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급격히 늘어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방송가는 또다시 얼어붙게 될까 울상을 짓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기자간담회와 언론시사회, 배우 라운드 인터뷰 등 미디어 행사는 줄줄이 취소 중이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들은 ‘연속 결방’이란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제작진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예능 PD는 “이미 장기간 결방하고 어렵게 재개한 제작진 입장에선 참 절망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막막한 심경을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진자나 접촉자가 발생한 뒤 후속 조치를 빠르게 취한다고 해도 매일 녹화와 방송, 송출을 해야하는 방송사에선 단기 혹은 장기 결방을 감수해야 하는 치명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방송가에서 코로나19가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위기를 어떻게 이겨나갈지 근심이 날로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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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BS, KBS,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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