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요청에 응하는 척하다가, 3월 30일에 계약 해지하고, 5월 임의탈퇴"
눈물 흘리는 고유민 선수 어머니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고(故) 고유민 선수의 유족과 소송 대리인이 "현대건설 배구단의 사기극이 고유민 선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라고 주장했다.
고인의 어머니 권 모 씨와 소송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20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이들이 고유민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악성 댓글이라고 하지만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의 따돌림, 배구 선수로의 앞길을 막은 구단의 사기극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은 이날 경찰이 포렌식 수사로 고인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에서 찾아낸 자료를 제시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고유민 선수가 생전 가족, 동료와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감독이 나를 투명 인간 취급한다', '나와 제대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을 일관되게 했다"며 "의도적인 따돌림은 훈련 배제로 이어졌다. 고유민 선수는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료를 감싸다가 더 눈 밖에 나서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 수 있을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고유민 선수 사망 의혹 관련 진실 규명 촉구' |
유족과 변호인은 계약상의 문제도 제기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고유민 선수는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구단에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이를 미끼로 고유민 선수에게 3월 30일 선수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하도록 유도했다. 5월 1일에 일방적으로 고유민 선수를 임의탈퇴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대건설은 규정을 어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박 변호사는 "계약 해지를 하면 고유민은 자유계약선수다. 자유계약선수는 임의탈퇴 처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임의탈퇴로 묶인 선수는 원소속구단이 이를 해지하지 않으면 한국프로배구 V리그에서 선수로 뛸 수 없다.
박 변호사는 "한국배구연맹(KOVO)에 이를 확인하니, KOVO는 '현대건설 배구단이 선수와의 계약해지 합의서를 제출한 적이 없다. 그런 게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며 "KOVO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현대건설 배구단은 KOVO를 상대로도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유민 선수는 7월 31일 오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13년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고유민은 수비력에 강점이 있는 백업 레프트로 활동했고, 지난해 4월에는 처음 FA 자격을 얻어 잔류 계약에 성공했다.
2019-2020시즌 중인 올해 초에는 리베로 김연견이 부상 이탈하자 대체 리베로로 투입되기도 했지만, 부진을 겪다 5월 임의탈퇴 처리됐다.
고유민 선수는 2월 29일에 팀을 떠났다.
이를 두고 유족과 변호인은 "(따돌림 등으로) 선수가 팀을 떠나게 하는 전형적인 행태다"라고 주장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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