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공식 제안 없었다”서 진전
구체적 의제·단독 영수회담 등 조건
靑 “허심탄회하게 협의 착수해야”
반박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대구 수성구 대구시당에서 열린 지방의회의원 비대면 온라인 연수에서 민주당의 사과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일대일 회동 등 대화의 형식과 의제가 맞는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지만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다만 실제 성사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지방의회 의원 온라인 강연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단독이고 뭐고 얘기할 소재가 정해져야 할 것 아니냐. (소재가) 정해져도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제가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청와대가 회동을 공식제안한 바 없다”는 통합당의 전날 입장에서는 한발 나아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구체적 의제 △단독 영수회담 △결과물을 내는 자리 등의 조건이 만족될 경우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진심을 갖고 대통령과의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히신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화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허심탄회하게 협의에 바로 착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 측과 회담에 대해 별도 협의는 없었다면서 “(김 위원장이) 언론을 통해서 직접 인터뷰한 것이기 때문에 전달을 했다고 간주를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두 사람만 만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표 회담 전례들이 있고 다른 정당들의 입장도 있다”며 “(단독 영수회담을) 포함해서 격의 없이 형식과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취지로 해석하면 된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굳이 단독으로 만나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보긴 힘들다”며 “제1야당 대표가 청와대가 의제를 정해 주면 하고, 벗어나면 발언 안 하고 그런 게 아니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최재성 정무수석이 지난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여야 대표회동 제의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김 위원장 역시 대구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특별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만날 수 있지만, 특별한 사안도 없고 해결할 의지도 없고서는 만남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청와대가) 진짜 만나려고 하는 것이라면 물밑에서 진행해야지 마이크에 대고 발표하는 것을 보면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을 겨냥해 쓴소리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서 “지나치게 힘이 세다고 힘만 행사할 게 아니라 겸허한 자세로 권력을 절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서는 통합·화합이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통합과 화합이라는 건 각자가 서로 겸허한 자세를 가졌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추도식에는 최근 야당과 각을 세워온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청와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재성 정무수석,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해 김 위원장의 ‘훈계’를 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이 18일 국립서울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 추도식에 참석한 정당 대표와 국회의장,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김 위원장의 발언 순서는 당초 예정에 없었다. 추도식을 진행한 함세웅 신부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세균 국무총리의 추도사가 끝난 뒤 “김대중 대통령이 저에게 메시지를 주셨다”면서 “김 위원장이 오셨는데 이 시대의 우리 국민들을 위해서, 통합과 아름다운 정치를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대화의 말씀을 나누면 좋겠다고 (김 전 대통령이) 요청하셨다”고 즉석 제안했다.
이낙연 의원은 추도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지적에 대해 “옳은 말씀”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이 의원은 “전당대회 후(민주당 내에서) 하나씩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장혜진·곽은산·박현준 기자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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