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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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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의 '명품 슬라이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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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자 일색 상대 타선 상대로 몸쪽 슬라이더로 승부수

느린 슬라이더까지 가미하며 단조로운 구종 문제 극복

연합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주무기인 '명품 슬라이더'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다.

김광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슬라이더를 앞세워 3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투구 수 관리로 인한 조기 강판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진 못했지만, 김광현은 선발 투수로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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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
[USA투데이=연합뉴스]



◇ 명품 고속 슬라이더, 몸쪽으로 정확하게 꽂혔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어있었다. 직구 구속이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들에 비해 빠른 편이 아닌 데다, 슬라이더를 제외하면 경쟁력 있는 변화구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직구-슬라이더의 투 피치 스타일은 선발보다 불펜에 어울린다는 현지 매체들의 분석도 잇따랐다.

김광현이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그는 마일스 마이컬러스,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된 뒤에야 선발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우여곡절 끝에 얻은 선발 데뷔전에서 주변의 우려를 깨끗하게 지웠다.

이날 컵스는 김광현을 공략하기 위해 앤서니 리조를 제외한 모든 타자를 우타자로 배치했는데, 김광현은 몸쪽 대결로 승부수를 띄웠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에서 몸쪽으로 흐르다가 배터박스 앞에서 살짝 떨어지는 '명품 슬라이더'를 주로 활용했는데,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김광현은 첫 타자 크리스 브라이언트부터 슬라이더로 잡았다. 2구 몸쪽 슬라이더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1사 만루에서 이언 햅, 데이비드 보티는 몸쪽 직구로 삼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후에도 김광현은 몸쪽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이날 김광현은 안타 3개를 허용하고 범타 9개를 끌어냈는데, 이 중 3회 윌슨 콘트라레스가 친 1루 직선타를 제외하면 모든 타구는 좌측으로 집중됐다.

김광현이 얼마나 집요하게 몸쪽 승부를 펼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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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 내려오는 김광현
[AFP=연합뉴스]



◇ 김광현의 느린 슬라이더, 볼 배합 해답 될까

김광현은 이날 57개의 공을 던졌다. 이중 직구(25개)를 가장 많이 던졌고, 슬라이더(20개)의 비중도 높았다. 체인지업(7개)과 커브(5개)는 2회 이후에 상대 타자를 교란하는 목적으로 간간이 던졌다.

겉으로 보기엔 직구-슬라이더의 투 피치 스타일을 이어간 듯하다.

그러나 김광현은 이날 슬라이더에 구속 변화를 주며 상대 타자를 헷갈리게 했다.

이날 우타자 몸쪽 낮은 코스로 꽂히는 고속 슬라이더는 시속 140㎞대까지 찍혔지만, 느린 슬라이더는 시속 120㎞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3회 브라이언트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구종이 시속 127㎞짜리 슬라이더였다.

거의 시속 10㎞의 구속 차이로 인해 상대 타자들은 두 종류의 구종으로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타자 일순한 뒤 레퍼토리를 바꾼 것도 좋았다. 김광현은 12개의 공을 던진 4회에만 체인지업 4개를 던졌다. 선발 데뷔전을 앞두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김광현은 이날 1회 훈련용 모자를 쓰고 나오는 등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이날 경기를 통해 자신의 공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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