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역투하는 그레인키 |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프로야구(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우완 투수 잭 그레인키(37)는 괴짜로 유명하다.
그는 2년 연속 스프링캠프에 지각했다.
지난해엔 스프링캠프 초반 진행하는 선수단 교육이 따분하다는 이유로, 올해엔 개인의 컨디션 조율 일정과 팀 훈련 시작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각 팀에 늦게 합류했다.
인터뷰 때 예상을 깬 발언으로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주는 그레인키가 이번엔 경기 중 사인을 직접 타자에게 손과 육성으로 알려주고 던지는 기행을 선사했다.
그레인키는 1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1실점 호투로 팀 승리(5-1)와 더불어 개인 시즌 첫 승리를 수확했다.
재미있는 장면은 휴스턴이 5-1로 앞선 7회초 수비 때 나왔다.
무사 주자 1, 2루에 몰린 그레인키는 마우리시오 두본 타석 때 포수 마르틴 말도나도와 사인을 주고받다가 볼 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갑자기 발을 뺐다.
그런 다음 말도나도에게 "세컨드 셋 애프터 원(Second set after one), 세컨드 셋 애프터 투(Second set after two)"라며 큰 목소리로 사인을 전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으로 메이저리그가 진행되는 터라 그레인키의 목소리는 같은 팀 포수 말도나도뿐만 아니라 타자 두본도 들을 수 있었다.
방송 중계진은 "그레인키가 어떤 공을 던질지를 모두가 알게 됐다"며 "믿을 수 없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레인키는 곧이어 슬라이더로 두본을 우익수 얕은 뜬공으로 잡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중계진은 "그레인키의 방식이 통했다"고 또 웃었다.
CBS 스포츠에 따르면, 그레인키는 이날 또 포수를 향해 손가락 2개를 펼쳐 보인 뒤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기도 했다.
보통 손가락 1개는 빠른 볼, 손가락 2개는 변화구를 의미한다.
MLB닷컴의 보도를 보면, 그레인키는 올해 초부터 주자가 2루에 있을 때 빨리 던지고자 말도나도에게 손으로 직접 사인을 냈다고 한다.
그레인키는 "오늘 주자가 2루에 있을 때 모든 게 엉망이 돼 기대했던 것보다 투구에 시간이 더 걸렸다"며 "절반은 내 책임이고, 절반은 말도나도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자가 2루에 있을 땐 특히 투구에 시간 끄는 걸 싫어해서 빨리 던지려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며 "오늘은 좋지 않았지만, 지금까진 좋았다"고 덧붙였다.
말도나도는 "포수로서 (사인 교환 때) 투수가 고개를 몇 차례 가로젓거나 경기 진행 속도를 늦추지 않아 좋다"며 그레인키의 방식을 지지한 뒤 "그레인키는 빨리 던지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레인키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한 직전 등판에서도 수신호로 말도나도에게 사인을 전달하기도 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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