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석' 역대급 참패…통합당, 총선백서 내고 반성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국회에 마련된 개표종합상황실에서 '선거결과에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상황실을 나서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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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103석'이라는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이 13일 패배 원인을 짚은 '21대 총선백서'를 공개했다.
약 한 달 반 가량 참패 원인을 분석한 당 총선 백서제작특별위원회는 "어쩌면 당에서는 이번 총선을 조국 사태 등 정부의 실책에만 기대 '근거없는 자신감'만을 갖고, 보수통합만 하면 대정부 투쟁기조로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특위는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탄핵 이후 지속적으로 중도층 외연 확장을 실패한 가운데 통합당을 대안세력으로 보지 않았다"며 이번 총선은 '민심과 이반된 당의 착각이 현실에서 깨어져 나가버린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특위는 그러면서 "좋은 백서를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인데 통합당은 20대 총선백서에서 지적된 잘못을 그대로 답습했다"며 "통합당 구성원 모두 과거 잘못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며, 국민께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고 적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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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백서에는 참패 원인으로 총 10가지 이유를 지목했다.
첫째로는 '대선 이후 이어진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을 꼽았다. 백서는 "이번 총선은 중도층을 누가 흡수하느냐에 따라 명운이 달렸다고 본다"며 "하지만 통합당은 국정농단 사건 이후 떨어진 보수층의 지지세가 회복되지 못한 채 진보층보다 지지율이 낮았다"고 명기했다. 그러면서 "과거지향적이고 현실에 안주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로는 변화에 민감한 중도층을 잡기에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나왔던 막말 논란을 패배의 두번째 요인으로 지목했다. 백서는 "통합당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2030세대와 선거직전 지지할 당과 후보를 고민하던 유권자들의 이탈까지 가져왔다"며 "당 지도부가 보여준 미온적 대처와 공감능력 부재, 정치적 사안에 법률적으로 처리하려는 등 미숙함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최선의 공천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봤다. 공천관리위원회와 당 지도부가 충돌하며 빚은 공천 번복으로 당 내 갈등이 부각됐다는 점을 짚었다. 현역 물갈이에는 성공했지만 새 인물을 공천하며, 그 이유가 적절하게 설득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백서는 "공관위가 인재영입의 권한까지 행사하다가 최고위와 충돌한 점은 정치적 조율의 부재라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당 대표도 경험 부족으로 당을 장악하는 능력과 강력한 리더십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중앙당 차원의 효과적인 전략 부재도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백서는 "2019년부터 계속된 장외집회 과정에서 문재인정권 심판론으로 총선에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전략에만 매몰돼 있었다"며 "당이 어떻게 선거를 치를지에 대한 기구 자체가 세팅되지 않았고, 선거전략은 여론이 어떤지 살펴본 뒤 전략적으로 던져야 하는데 아날로그식으로 대처해 시대적 착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마친 후 헛기침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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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는 이와 함께 탄핵에 대한 당 차원의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놓지 않아 총선 과정에서 쉽게 '탄핵 프레임'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백서는 "탄핵 이후 여러 갈래로 흩어졌던 보수 정치세력이 총선을 앞두고 하나로 뭉쳤지만, 몸집만 불렸지 변화와 혁신은 하지 못했다"며 "스윙 보수층의 이탈이 촉발된 것이 탄핵 때부터였다고 보는 시각도 팽배하다. 이탈한 보수층을 끌어오기 위해선 탄핵에 대한 정리가 필히 넘어야 할 산으로 인식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리작업을 주도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 매우 민감한 문제라는 의견도 백서에 담겼다.
이밖에 백서에는 ▲40대 이하 연령층의 외면 ▲코로나 방역 호평 대통령 긍정 평가 증가 ▲강력한 대선 후보군 부재 ▲국민을 움직일 공약의 부족 ▲정부여당의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 등을 패배의 원인으로 짚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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