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또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웹툰 연재 중단’을 촉구하는 글까지 등장했고, MBC <나혼자산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하차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선명 기자·네이버웹툰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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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36·본명 김희민)의 웹툰 <복학왕>이 또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무능한 여성이 남자 상사와의 성관계로 정직원 채용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웹툰에 포함시켰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웹툰 연재 중단’을 촉구하는 글까지 등장했고, 기안84는 웹툰의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웹툰 연재 중지를 요구합니다”라는 글은 청원 하루 만인 13일 오전 10시 기준 5만여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청원인은 기안84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작가는 (방송) 출연으로 이름도 꽤나 알려진 작가이고, 네이버 웹툰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인기 있는 작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웹툰 <복학왕>을 암시하며 “이번에 올라온 웹툰 중에 주인공 여자가 본인보다 나이가 20살이나 많은 대기업 팀장과 성관계를 해 대기업에 입사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여성을 희화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독자들은 <복학왕> 304화가 여성 캐릭터 봉지은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기업에 최종합격했다는 암시를 그렸다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웹툰은 조개가 아닌 대게를 내려치는 모습(오른쪽)으로 수정됐다. 네이버웹툰·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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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것은 지난 4일과 11일 네이버 웹툰에 공개된 <복학왕> 303-304화 ‘광어인간’의 내용입니다. ‘광어인간’에서 여자 주인공 봉지은은 대학 선배 우기명의 인맥으로 한 대기업 아쿠아리움 사업부 인턴으로 입사합니다. 봉지은은 입사 첫날부터 가습기를 바닥이 축축하도록 틀어놓고, 보고서를 메모장에 쓰는 등 ‘무능력’한 모습을 보입니다. 사람들은 봉지은을 보며 “회사 급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마감 시간도 지키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휴대폰 게임을 하던 봉지은은 40대 남자 팀장의 호통에 혀를 내밀고 기이한 몸짓으로 ‘애교’를 부립니다. ‘봉지은의 생존 전략은... 애교?!’란 문구도 등장합니다. 인턴 마지막 회식에서 팀원들은 봉지은이 정직원이 되지 못할 것이라 입을 모읍니다. 봉지은을 구박하던 팀장은 “누가 널 뽑아주냐”며 “우리 회사가 복지 시설인 줄 아나?”라고 말하죠. 하지만 봉지은은 정직원으로 최종합격합니다.
‘광어인간’ 2화에서 팀장은 봉지은과 연인 사이가 됐다고 고백하고, 해당 회차는 봉지은과 팀장이 회식날 성관계를 한 것처럼 그려지며 마무리 된다. 네이버웹툰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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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봉지은은 ‘어떻게’ 정직원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그 내용이 황당합니다. 봉지은은 마지막 회식 자리에서 배 위에 얹은 조개를 깨부숩니다. 이후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같은 레벨의 것이 아닌… 그녀의 세포 자체가 업무를 원하고 있었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그리고는 바로 아래 ‘봉지은, 기안그룹 최종 합격’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기안84는 앞서 지난해 5월에도 여성 장애인 비하와 이주 노동자 비하 논란에 휩싸여 사과한 바 있다. 네이버웹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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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복학왕> ‘광어인간’ 편이 공개된 직후 인기댓글 목록은 “결국 봉지은은 몸 팔아서 정사원 된 거냐” 등 여성 혐오적 댓글이 차지했습니다. 여성의 능력을 폄하함과 동시에 왜곡된 여성관을 보이는 반응이었습니다. “진정한 사회풍자”란 댓글도 보였습니다. 30대 여성 A씨는 “성별로 인해 채용에서 불이익을 얻는 사례는 여성이 훨씬 많다”며 “성접대로 정직원 채용됐다는 내용이 사회풍자란 반응을 보면 과연 동시대를 살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비판 여론에 네이버 웹툰은 12일 오후 조개를 대게로 수정하는 등 일부 장면을 수정했습니다. 네이버웹툰 측은 <복학왕>의 ‘작가의 말’ 페이지를 통해 작품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현재 작가님이 수정해주신 원고로 수정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향후 작품으로 다뤄지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작가님과 함께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안84가 13일 오후 <복학왕> 304화 말미에 추가한 사과문 일부. 그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생각했는데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네이버웹툰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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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는 이날 오후 사과문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생각했는데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조개 깨는 장면에 대해선 “극중 인물이 물에 떠있는 수달처럼 보이게 표현해보려고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기안84는 앞서 지난해 5월에도 여성 장애인 비하와 이주 노동자 비하 논란에 휩싸여 사과한 바 있습니다. 또 다시 이어진 논란에 기안84를 비판하는 구독자들은 “그림을 수정할 것이 아니라 차별적·혐오적인 웹툰의 연재 중단이 필요한 시점”이라 말했습니다. 기안84가 출연 중인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산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기안84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화 키운 기안84의 사과문···“귀여움으로 승부보는 사회를 풍자? 그런 사회는 없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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