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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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코로나 진단 검사는 쓰레기" vs. "틱톡,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정부의 틱톡(TikTok) 퇴출 움직임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마이크로소프트(M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한 시한(다음 달 15일)까지 과연 틱톡 영어권 법인(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을 무사히 인수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 MS 창업주 빌 게이츠와 트럼프 행정부의 서로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까닭에 인수 협상 허들이 높아져서다.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사도 MS의 틱톡 매수 성사 가능성을 "20% 이하"로 보고 있다는 보도(11일 SCMP)마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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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세운 빌 게이츠, 허들 높인 트럼프
빌 게이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미국 정부의 대응 방식을 꾸준히 비판해왔다. 당장 지난 9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진단 수준은 "충격적"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전날 미국 IT 전문 잡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쓰레기"라는 표현을 쓴 데 이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틱톡과 MS를 '들었다 놨다' 하며 게이츠의 애를 태웠다. MS의 틱톡 인수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보도(지난달 31일)가 나오자 틱톡 퇴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더니(이달 1일)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 경영자(CEO)와 직접 통화한(2일) 뒤에는 인수 협상을 조건부 승인하는 듯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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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협상은 순조로운 듯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다시 입장을 '번복'하면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틱톡 인수 시 미국 법무부에 큰 비율의 복비를 내라"는 유례없는 요구를 한 것(3일)이다.
미 언론들은 해당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실제 MS의 인수 협상에 더욱 타격을 입힌 대통령의 발언은 따로 있다. "틱톡 전체를 인수하는 게 더 쉬울 수도 있다"는 말과 "다른 미국 기업이 틱톡을 사도 상관없다"는 말이었다. '틱톡 전체 인수'는 바이트댄스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균열 조짐이 보이자 트위터가 발 빠르게 인수 협상에 뛰어들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틱톡 인수를 넷플릭스가 하는 게 좋아 보인다는 분석기사도 냈다.
빌 게이츠는 협상 허들이 높아진 다음날(5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MS는 개인정보보호 약속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룬다. MS와 함께라면 미국 내 개인정보는 안전하다"며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보안 문제를 MS가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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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깨지나…바이트댄스 "MS 매각 가능성 20% 이하"
미국 로스앤젤레스 서부에 있는 틱톡의 미국 법인 사무실 전경,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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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판을 깰 수도 있는 수준으로 거칠게 나왔다. 미국 내에서 틱톡과 위챗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와 텐센트와의 거래를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6일)한 것이다.
상황이 급변하자 빌 게이츠의 화법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8일 미국 IT전문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MS의 틱톡 인수를 두고 "독이 든 성배"라고 평가했다. 이어 "소셜미디어 사업에서 덩치를 키우는 건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라고 한 발을 뺐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의 유일한 경쟁자를 죽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MS가 틱톡을 인수할 경우 미 재무부에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도 "두 번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미국 코로나19 진단 키트 기술과 관련, "쓰레기"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쓰기에 이르렀다.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올려놓은 허들대로 '틱톡 전체 인수' 협상을 추진하는 MS의 모습에 바이트댄스사의 기류도 바뀌었다. 당초 헐값에라도 일부 법인을 매각하려 했지만 법정 투쟁 쪽으로 방향을 선회(11일 SCMP)한 것이다. '굴종적인 협상'이라는 중국 내부의 비판이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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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트럼프 첫 만남서 HIV, HPV 차이 두 번 물어"
미국 방송사 MSNBC가 빌 게이츠의 빌&멀린다 미팅 영상을 입수했다며 2018년 5월 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 일부. 빌 게이츠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와 처음 만난 날 그가 나에게 HIV와 HPV의 차이에 대해 두 번 물어봤다"며 디스했다. [MSNBC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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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는 민주당 지지자이지만 2016년 12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뉴욕에서 직접 만났다. 빌 게이츠는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4년 전 트럼프 당시 당선인과 처음 만난 날 팬데믹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국가가 대비해야 할 우선순위에 둘 것을 충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위험성을 더 열심히 알렸어야 했다"며 후회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첫 만남의 기억이 그리 좋지 못했다는 흔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2018년 5월 미국의 MSNBC의 크리스 해이스 쇼(All in with Chris Hayes)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빌&멀린다 재단 직원들과의 미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딸(제니퍼 게이츠)의 외모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어 무서울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에이즈(HIV)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의 차이에 대해 두 번이나 물어봤다"며 은근히 '디스'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빌 게이츠와 MS가 지나치게 '친중적'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달 초 백악관에서는 MS의 틱톡 인수 허가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등 대중 강경파는 MS가 '친중' 기업이라며 틱톡 인수를 반대했다.
MS가 중국에서 미국의 검색엔진 중 하나인 빙(Bing)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수십억 달러를 벌었고, 빙과 스카이프 등을 통해 중국 검열을 터준 다국적 기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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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이 된 MS와 중국의 인연
중국 베이징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 사무실 입구. [AP=연합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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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MS와 중국의 IT 기업들은 인연이 많다. 빌 게이츠가 MS를 이끌던 1990년, MS는 베이징에 당시 최대 규모의 리서치센터를 설립했다.
중국 IT 붐을 일으킨 스타트업 육성 사업에도 MS의 영향이 컸다. 샤오미의 공동창업자인 린빈 사장, 바이두 장야친 CEO, 바이트댄스의 장이밍 CEO는 모두 MS를 거친 이력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MS 중국법인의 전 임원은 이달 초 "바이트댄스와 MS 사이의 관계가 이번 협상에 신뢰를 가지고 소통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MS의 '유리한 조건'이 트럼프 행정부의 눈에는 '눈엣가시'로 비친 듯하다. 미국 정부의 개입으로 시작된 유례없는 기업 인수 협상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 먹힐지는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협상 시한이 돼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때까진 트럼프와 게이츠, 두 남자의 '밀당'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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