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서 500여마리 폐사…기록적 폭우·강둑 붕괴에 '속수무책' 당한듯
구조 기다리는 소들 |
(남원=연합뉴스) 백도인 정경재 기자 = 섬진강을 끼고 있는 전남·북 지역에 큰 피해를 준 이번 폭우는 가축들에게도 대재앙이었다.
특히 선천적으로 헤엄을 잘 쳐 어지간한 물난리에는 쉽게 당하지 않는 한우들까지 떼죽음을 면치 못했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섬진강 둑까지 터지면서 삽시간에 광범위한 지대가 물에 잠겨 대피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10일 전북도와 남원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확인된 닭과 오리, 돼지, 소 등의 가축 피해는 49만여 마리에 달한다.
가장 피해가 큰 것은 닭과 오리로 48만9천여마리가 폐사했고 이어 돼지 600마리와 소 160여마리 등이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닭과 오리는 물에 약해 장마 때마다 쉽게 피해를 보지만 소가 대규모로 폐사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소의 떼죽음은 대부분 남원 금지, 송동, 대강면 일대에서 일어났다.
상대적으로 저지대인 데다 3일 내내 폭우가 내리고 섬진강 둑마저 무너져내렸던 곳이다.
축사 탈출하는 소들 |
공식 집계와 달리 실제로는 이 일대 전체 한우 1천여마리 가운데 500마리 이상이 폐사 또는 유실됐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실제 이날 복구작업이 본격화한 현지에서는 축사뿐만 아니라 하천가, 들판, 길거리 등에서 소들이 무더기로 죽은 채 나뒹구는 안타까운 모습들이 목격됐다.
축산농가들과 전문가들은 일시에 물이 들이친 데다 주변이 온통 물바다가 돼 대피할 곳이 없었던 게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일대에는 지난 6∼8일에 550㎜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8일에는 섬진댐이 긴급 방류를 시작하며 마을들이 물에 잠기기 시작한 가운데 갑자기 섬진강 둑마저 무너져 축사를 집어삼키고 말았다.
금지면서부터 아래로 송동, 대강, 수지면 일대가 모두 한꺼번에 물에 잠겨 소들이 피할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송동면에서 소 120마리를 키우다 이번에 80여마리를 잃었다는 최모(62) 씨는 "둑이 터지면서 갑자기 물에 무섭게 차올라 트럭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소들이 죽어가는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도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강병무 남원축산업협동조합장은 "키가 작은 송아지는 거의 죽었다고 봐야 한다. 헤엄을 잘 치는 어미 소들도 물살이 거센 데다 그 일대가 모두 몰에 잠겨 피할 데를 찾을 수가 없으니 힘이 빠져 죽거나 물에 쓸려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강 조합장은 "소는 수영을 잘하는 대표적 동물 가운데 하나"라며 "실제 이번 폭우에 쓸려나간 남원의 소들이 몇십㎞ 떨어진 섬진강 하류의 곡성과 구례에서도 살아서 발견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살았다' |
강 조합장은 살아남은 소들 상당수도 흙탕물을 들이마시고 며칠간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해 폐사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축산농가가 다행히 보험에 가입했다면 피해액의 80% 가량을 보상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최소 50% 가량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소가 이런 피해를 본 것은 도내에서 거의 사례가 없다"며 "축산농가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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