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설비투자 줄여가며 순이익 상당부분 배당
사우디 악화된 재정 상황 탓에 배당금 삭감 어려워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유가 폭락으로 인한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750억달러(89조1750억원) 규모의 올해 배당금을 계획대로 지급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글로벌 원유생산업체들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감소 영향으로 배당금을 삭감했지만, 사우디는 원래 계획대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9일(현지시간) 아람코는 올해 2분기(3~6월) 순이익이 65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 246억9000만달러보다 73.4% 줄어든 규모다. 또한, 시장 예상치 83억4000만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각국의 봉쇄조치로 인한 산업 수요는 물론 이동 수요 등이 감소한 데다, 유가전쟁 등의 영향으로 유가가 폭락세를 보인 탓에 최근 20년 내 찾아보기 힘든 부진한 실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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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는 20년만의 최악의 실적 흐름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을 유지키로 한 것은 '최악은 지났다'는 시장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에너지 분야에서 부분적인 회복세가 엿보인다"고 언급했다. 올해 배럴당 60~70달러를 오가던 국제유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급락해 올해 4월에는 20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나세르 CEO는 "중국 휘발유와 경유 소비의 경우 코로나19 수준을 회복했다"면서 "아시아를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 원유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아람코가 배당금 유지와 관련해 유가 시장의 회복세를 말하고 있지만, 설비투자 등은 대거 삭감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순이익이 줄어든 상태에서 배당 규모만 유지하는 셈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다른 글로벌 원유 생산업체와 다른 모습이다. 글로벌 원유 생산업체 등의 경우 올해 부진한 실적 등을 반영해 배당금을 대거 삭감했다.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경우 배당금을 절반으로 삭감했다. 이외에도 로얄더치셸이나 엑손모빌, 셰브런, 토탈 모두 배당금을 축소했다.
글로벌 원유생산업체와 달리 아람코가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배당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사우디 재정 사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유가 급락으로 인해 정부가 추진중인 대규모 국책 사업을 중단 또는 축소하고, 부가가치세를 3배로 인상하는 등 긴급 재정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외에도 부채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0%에서 50% 상향했으며, 올해 들어서 현재까지 200억달러의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사우디로서는 아람코에서 분기마다 지급하는 배당금을 포기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람코는 올해 분기마다 187억5000만달러(750억달러÷4분기)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 배당금은 대부분 사우디 정부의 재정 수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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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람코는 최근 전세계 시가총액 1위 지위도 내어줬다. 사상 최대 실적에 액면분할이라는 호재가 겹친 애플의 시가총액은 1조9003억달러를 기록해 아람코(1조7626억달러)를 뛰어넘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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