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베이루트 억류 선박서 압수…하역 후 창고 보관
세관, 발화성 물질 처리 지침 요구했으나 법원 묵인
위험 경고한 현장 조사팀 경고에도 안전 조치 이뤄지지 않아
지난 4일(현지시간) 발생한 대규모 폭발 이후 아수라장이 된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의 모습. 항구에 보관돼 온 질산암모늄이 이번 폭발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 당국이 폭발 위험에 대한 수 차례 경고에도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위험을 방기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E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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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질산암모늄은 지난 2013년 억류된 러시아 소유 선박으로부터 압수된 것이며, 당국은 발화성 물질인 질산암모늄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에도 별도의 안전조치 없이 수년 간 이를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베이루트 항구에서 두 차례의 큰 폭발이 발생, 5일(현지시간) 현재까지 135명이 숨지고 500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레바논 총리는 항만창고에 지난 6년간 안전조치 없이 보관돼온 질산암모늄으로 인해 폭발이 발생했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태롭게 만든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어떻게 베이루트 항구로 들어왔고, 방치당했는지에 대한 실상이 밝혀질 수록 책임의 화살은 시민들의 위험을 방기한 현지 관리들로 향하는 분위기다.
러시아 타스 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이 질산암모늄은 당초 지난 2013년 모잠비크로 향하다가 베이루트에 억류된 러시아 소유 선박 MV 로수스호에 선적돼 있던 물품이었다. 당시 베이루트 당국은 추가 화물 선적을 위해 항구에 잠시 정박한 MV 로수스호를 항만사용료 미납, ‘선박 운항에 있어 중대한 위반’ 등의 이유로 억류했다.
MV 로수스호의 선장이었던 보리스 프로코셰프는 CNN을 통해 그 이후 11개월 동안 질산암모늄 등 선적된 물자들과 함께 억류됐다가 결국 2014년에 배를 둔 채 본국으로 송환됐다고 밝혔다. 질산암모늄은 그 해 11월 하역돼 창고에 보관됐다. 그는 억류 당시에도 배에 위험한 물질이 실려있었음에도 베이루트 항만 당국이 이를 하역하거나 다른 선박으로 옮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당국에 폭발물 관리 실태에 대한 지적과 경고를 수차례 무시했다는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살림 아운 레바논 국회의원이 공개한 법원 문서에 따르면 레바논 세관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법원에 이 발화성 물질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지침을 내려줄 것을 6차례 이상 요청했으나 묵인당했다. 당시 세관은 질산암모늄 수출이나 레바논군에 기증하는 방안 등도 제안했지만 사법부는 모두 무대응으로 일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근 6개월 전에는 현장 조사팀이 창고의 폭발물이 제거되지 않으면 베이루트 전체가 폭파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마찬가지로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산 크레이템 항만 국장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법원 명령에 따라 12번 창고에 질산암모늄을 보관했다”면서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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