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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성윤, 6주째 얼굴 안봐… 이재용 기소 협의도 못해

조선일보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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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성윤, 6주째 얼굴 안봐… 이재용 기소 협의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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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檢수뇌 갈등에 삼성 총수 사법처리 미뤄지는 코미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의결한 지 42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갈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장은 매주 수요일 검찰총장을 찾아가 수사 중인 사건을 보고하고 처리 방향에 대한 총장의 재가를 받는다. 하지만 윤 총장에 대한 이 지검장의 주례(週例) 대면 보고가 6주째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 기소 결정도 함께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이성윤 사이에 낀 이재용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수요일인 5일에도 검찰총장 주례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6월 26일 수사심의위가 압도적 다수로 이 부회장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결정을 내렸을 때, 검찰 내부에선 "다가오는 7월 1일 주례 보고에서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이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두 사람은 그때를 시작으로 5일까지 6주째 만나지 않았다. 보고는 서면으로 대체됐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 부회장 기소 문제는 중대 사안이라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이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해야 최종 결론이 날 수 있는 문제"라며 "상호작용 없는 서면 보고를 통해 결론을 내긴 어려운 사안"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냉전'이 이어진다면 이 부회장 기소 결정도 계속 표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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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사이가 악화한 근본 원인은 '채널A 기자 강요 미수 의혹' 사건이었다. 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이 지검장은 윤 총장의 지시를 듣지 않았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동재 채널A 전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방침만 대검에 보고하고, 영장 속 범죄 사실을 보고해 달라는 대검 요청을 무시했다. 대검이 이 사건 처리 방향을 대검 전문수사단에 회부해 의견을 들으려 하자 서울중앙지검은 언론에 "회부 절차를 중단해 달라"는 입장을 냈다. 윤 총장에 대한 이 지검장의 공개 항명(抗命)이었다.

지난 7월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 사건 수사 지휘에서 윤 총장은 손을 떼고 사건 처리를 이 지검장에게 일임하라는 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장관과 이 지검장이 손잡고 윤 총장을 포위 공격하는 격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그런 상황에서 이 지검장의 대면 보고를 받는 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심각한 직무유기"

검찰은 지난 1년 7개월간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 삼성 경영진 30여 명을 100여 차례 소환 조사했다. 50여 차례 압수 수색도 했다. 재계에선 "삼성을 탈탈 터는 해부식 수사"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검찰의 심각한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국내 경제에서 큰 비중을 가진 삼성의 총수에 대한 사법 처리 문제가 검찰 수뇌부 간 갈등 때문에 미뤄진다는 건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지난달 31일부터 금융·경제 분야 외부 전문가들을 불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 합병 의혹'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 회계 의혹' 등에 관한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중한 결정을 위한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수사팀 내부에선 '이재용 기소' 분위기가 여전히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결국 이 부회장이 기소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사건을 기소도 하지 않고 끝낸다는 건 담당 검사들에겐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라며 "향후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이 부회장의 기소를 밀어붙일 것"이라고 했다. 검찰 주변에서도 "윤 총장도 이 부회장의 승계 관련 혐의들에 대해선 법원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시일이 걸리더라도 결국 '이재용 기소'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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