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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틱톡의 새 주인 찾기

화웨이 당할때 난리치던 中, 틱톡엔 덤덤…둘 차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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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 본사 앞에서 3일 경비원이 기자들을 저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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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귀한 자식, 덜 귀한 자식이 있는 것일까. 중국 앱 틱톡에 칼을 빼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사뭇 묘하다. 상대적으로 평온하다. 화웨이(華爲) 때리기를 놓고 미ㆍ중이 정면 충돌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유가 있을까. 답은 화웨이와 틱톡(중국명 더우인)의 차이에 있다.

화웨이는 1987년 런정페이(任正非ㆍ76)가 설립한 중국 최대의 통신 네트워크 장비 공급업체다. 중국의 기간산업을 책임져온 기업이다. 본사는 중국이 개방개혁 시기 작정하고 키운 광둥(廣東)성의 선전(深圳)에 있다. 중국 경제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중국 공산당과 동고동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는 5세대(5G)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 등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 170여 개국에 진출했다. FT에 따르면 현재 화웨이 매출의 60%가 해외에서 나온다. 중국 정부가 발 벗고 화웨이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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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진핑(왼쪽)과 화웨이 최고경영자(CEO) 런정페이. 2015년 사진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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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틱톡은 젊다. 톈진(天津) 난카이(南開)대 공학도이던 장이밍(張一鳴ㆍ38)이 2012년 만든 15초짜리 엉뚱한 동영상 제작 및 공유 앱이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과의 접점도 없다. 회사 설립자와 임직원의 국적이 중국일 뿐이다. 중국 당국과 지향점도 다르고, 네트워크도 촘촘하지 않다.

오히려 중국 밖 밀레니얼 세대 및 젠Z(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구가한다. 30대 공학도가 만든 앱이 세계적으로 '어쩌다 대박'을 친 셈이다. 중국 이외 국가에서 다운로드된 횟수만 5억이 넘는다.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의 전직 임원은 익명을 전제로 지난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라는 말을 들으면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비웃을 것”이라고 말했다. FT가 “틱톡은 화웨이가 아니다”라고 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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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의 위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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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및 공산당과 정무적 연결고리가 약함에도 미국이 국가 안보 위협을 거론하며 틱톡을 고깝게 보는 이유는 뭘까. 중국 국내법상 당국이 요구할 경우 기업은 고객 정보 등을 넘겨야 할 의무가 있어서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바이트댄스 역시 이 법에서 자유롭지 않다.



틱톡, 중국 기업인듯 아닌듯



사실 틱톡과 중국 당국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다. 틱톡이 미국시장을 잡으려 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는 등 ‘중국 물빼기’를 하면서 중국 당국에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다. 틱톡의 콘텐트와 특유의 플랫폼이 중국 정부가 장악하기에 까다로운 것도 이유다.

중국의 정보기술(IT) 전문 싱크탱크인 하이툰의 리청둥 대표는 FT에 “중국 정부와 바이트댄스의 관계는 사실 전혀 좋지 않다”며 “중국 당국에 틱톡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위기전략 전문가인 펑추청도 FT에 “중국 정부는 바이트댄스를 놓고 (미국과) 또다른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 정부의 '입' 역할을 하는 관영매체의 반응도 거세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로소프트(MS)를 콕 집어 45일 기한까지 거론하면서 틱톡 힘빼기에 나선 뒤, 중국이 내놓은 공식 반응은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를 통해 처음 나왔다. 미국의 틱톡 제재를 두고 “기업 사냥”이라는 표현을 썼다.

환구시보는 중국 당국의 관영 매체 중 정통성이 강한 인민일보ㆍ중국중앙(CC)TVㆍ신화통신 등보다는 한 체급 아래인 만큼 중국 정부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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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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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공식적인 발언이 없었던 건 아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틱톡을 유죄로 추정하고 협박하는 것은 시장 경제 원칙에 위배된다”며 “미국은 이중 잣대를 보여줬고, 중국은 강력 반대한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이어 “미국이 (중국 등의) 시장 주체들의 미국 투자에 대해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틱톡에 대한 직접 엄호는 없었다. 틱톡 사태에 대해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하겠다는 언급도 없었다. 화웨이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강력 반발하며 보복을 언급했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

중국에 대한 틱톡의 충성도도 낮다. 미국인 CEO를 영입한 데 이어 지난해 말부터 중국 밖으로의 본사 이전 방안을 타진해왔다. 지난달엔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틱톡이 런던으로 본사를 이전하려 했으나 (영국) 정부와의 협상은 결렬됐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3일(현지시간)엔 영국 대중지인 더선이 런던 이전설을 다시 보도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중국 스타트업은 한숨뿐



틱톡 사태 속 마음이 복잡한 건 중국 기업이다. 중국을 넘어 미국ㆍ유럽 등 해외로 기업 활동 영토를 넓히고 싶은 중국 기업에 틱톡의 사례는 암울한 전망을 던지기 때문이다.

FT는 이날 별도 기사에서 “틱톡의 사례는 앞으로의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서 중요한 함의가 있다”며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이 이미 트럼프 정부에서 많은 한계에 부닥친 데다 대선을 앞두고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의 량젠장(梁建章) 회장은 “중국 정부가 인터넷을 개방하는 등 적극적 조치를 해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틱톡의 장이밍 CEO 측근은 FT에 “중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틱톡 사태를 보며 중국 정부와 엮이는 것을 회피하게 될 것”이라며 “공산당이 통제를 강화하면서 스타트업 기업이 중국 밖으로 눈을 돌렸는데, 이젠 갈 곳도 별로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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