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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위기 아시아나항공…인수 지연 놓고 ‘책임공방’

이데일리 이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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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위기 아시아나항공…인수 지연 놓고 ‘책임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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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계약해지 명분 쌓기 아닌, 동반부실 방지 위한 것” 주장
금호산업 “진정성 있으면 인수 이후 위한 점검 협의에 응하겠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재실사 응하라” vs “거래종결 절차 협조하라.”

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 작업이 난기류인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하 현산)과 금호산업(002990)이 30일 공식 입장문 발표를 통해 인수 지연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공방을 이어갔다.

작년 11월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아시아나 인수에 박차를 가한 현산은 8개월 만에 선행조건 미충족 등 인수계약을 위반을 지적하며 재실사를 요구했다. 이에 아시아나 지분 보유 주체인 금호산업도 그간의 침묵을 깨고 A4용지 5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 “이미 영업·재무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제주항공(089590)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무산에 이어 아시아나도 ‘노딜’ 우려가 커진 가운데 현산과 금호산업도 M&A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내며 계약 파기에 대비해 명분을 쌓는 진흙탕 싸움에 돌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실사’ 입장差…현산 “정상화 위한 대책” vs 금호 “거래 종결 회피”

현산은 이날 “재실사는 아시아나 정상화를 위한 대책 수립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거래종결을 위해 계약 당사자들에게 하루속히 재실사에 응할 것을 재차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금호산업은 “현산이 마치 충분한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거래 종결을 회피하면서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에 전가하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거래 종결을 위한 절차에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양측이 이날 나란히 보도자료를 내고 날선 공방을 본격화함에 따라 아시아나 매각 협상은 책임 전가로 흐르는 모양새다. 책임공방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수 의지가 강했던 현산의 기류 변화에서 시작했다. 앞서 현산은 6월 재무구조 악화를 이유로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요청을 채권단에 보냈다. 지난 26일에는 다음 달 중순부터 12주 동안 재실사를 하자고 금호산업에 통보했다.


현산의 재실사 요구에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감안해 매각 조건을 재협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재실사 요구는 거래 종결을 회피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금호산업은 지난 29일 현산에 “8월12일 이후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송해 현산을 압박했다.

반면 현산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산은 “금호산업 측이 재실사 요구를 묵살한 채 전날 오전 계약해제 및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며 “진정성 있는 현산의 재실사 제안이 계약금 반환을 위한 명분 쌓기로 매도됐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재실사 요청이 계약금 반환 소송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 현산은 “억측”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산은 “합리적인 상황점검과 그에 기초한 제대로 된 대응전략을 세우지 않은 채 거래를 종결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며 재실사는 ‘동반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행 조건’ 입장差…현산 “미충족” vs 금호 “충분히 정보제공”

양측은 선행조건 충족과 재점검 사항 대해서도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현산은 지난 26일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날에도 “금호산업의 계열사 간 부당거래 의혹 등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 규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산은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반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성공적인 거래종결을 위해 재실사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며 “재실사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경우나 국유화로 가는 경우에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금호산업은 현산이 문제 삼은 선행조건 충족과 재점검 사항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금호산업은 재무제표 대비 실적 악화나 채권은행의 1조7000억원 추가 차입, 영구 전환사채(CB) 등의 이슈 모두 이미 현산 최고경영진에 보고한 상황이라고 했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손실 문제 등도 이미 정보 제공이 됐고, 계약서상 공개 목록에 포함돼 문제 삼지 않겠다고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금호산업은 이례적으로 현산 인수준비단의 활동 내역과 현산 최고 경영진·인수준비단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현황 보고 내역, 현산의 인수 상황 재점검 요청 항목과 관련한 아시아나의 응대 내역 등을 세세히 공개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현산에 설명할 때에는 어떠한 문제나 의문점을 제기하지 않고 느닷없이 공문을 통해 재점검을 요청해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 경영진뿐만 아니라 채권단도 매우 당황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산이 제기하는 문제는 거래 종결을 거부하거나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현산이 조속히 거래 종결을 위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매각 무산이냐 재실사 수용이냐

정부가 아시아나 매각 무산 시 국유화까지 “모든 가능성을 감안한다”는 입장을 밝혀 매각 무산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양측의 책임공방전 양상에서 앞으로의 협상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금호산업은 재실사 수용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금호산업은 “현산의 제안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의 경영을 위해 대응 방안을 선제로 마련하기 위한 점검이라면 협조할 여지가 있다”며 “다만 현산이 진정성 있는 인수 의사를 표명하면서 현재 예정된 일정에 따라 거래종결이 이뤄지는데 최대한 협조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산은 “채권단이 재실사를 참관하거나 공동으로 진행한다면 절차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은행 등의 개입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양측이 기간이나 점검 항목 등을 조율하는 선에서 재실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다음 주께 채권단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