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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국유화되나?…대주주 감자·노선 급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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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국유화되나?…대주주 감자·노선 급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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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포기 유력해지는 HDC현산…영업적자·급증한 부채 부담
산은 1대 주주 등극 시 금호산업 감자·불량 노선 정리 추진할 듯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가 되는 국유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유화 시 기존 대주주인 금호산업의 감자와 함께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될 전망이다. 세계일보 DB


[세계비즈=안재성·박정환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에서 사실상 손을 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유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HDC현산과의 인수·합병(M&A)이 어그러지면 결국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국유화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기존 대주주인 금호산업은 감자를 강요당하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수익이 나지 않는 불량 노선이 대거 정리될 것으로 예측된다.

◆급증하는 부채 인수 꺼리는 HDC현산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악화를 문제삼으며 재실사를 요구했다.

지난해말 HDC현산과 미래에셋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그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 업황이 극도로 나빠지자 HDC현산 측의 태도도 차갑게 식었다.

HDC현상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4월 초부터 지금까지 15차례 정식 공문을 발송해 재점검이 필요한 세부사항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달했으나 지금까지 충분한 공식적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받지 못했다”며 재실사가 필수임을 강조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손을 떼려는 것 같다”며 “재실사 요구는 결국 차후 소송전에 대비하기 위한 증거 자료 쌓기 작업”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이뤄진 M&A 계약을 통해 HDC현산은 2010억원, 미래에셋은 490억원씩 총 2500억원의 계약금을 금호산업 측에 지불했다. 이 돈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M&A 무산 시 소송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HDC현산 측이 재실사를 요구하는 등 사실상 손을 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코로나19 사태 탓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때문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 영업손실 2082억원, 당기순손실 549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1조1295억원에 그쳐 전년동기 대비 21.5% 급감했다.

특히 부채가 급증해 우려를 키웠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으로부터 1조7000억원을 차입하는 등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만 빚이 4조5000억원 늘었다. 올해 3월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281%에 달했다. 지난해말(1386%) 대비 4배 이상 뛴 수치다. 자본총계가 지난해 6월말 대비 1조772억원 감소하는 등 자본잠식도 심각한 상황이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에도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35% 이상 축소될 것으로 추산된다.


HDC현산 측은 또 지난해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부적정인 점, 기내식 관련 계열사 부당지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손실 문제 등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은, 핵심사업 외 대부분 정리할 듯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도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냐”며 “현재 항공업계 업황이 최악이라 새로운 매수자를 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그는 “일단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1대 주주가 돼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린 뒤 2~3년 후쯤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은은 지난해 5000억원, 올해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했다. 이를 출자전환하면 산은의 지분율이 단숨에 36.9%로 뛰어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산은이 1대 주주가 된 후에는 기존 대주주인 금호산업에 감자를 요구할 것으로 예측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과거처럼 산은은 자금 제공에 앞서 기존 대주주의 책임을 묻는 의미에서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차등감자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산은은 지난 2016년에도 현대상선 대주주의 7대1 무상감자를 강요한 바 있다. 2013년 STX조선해양, 2014년 동부제철의 경우는 대주주의 100대1 차등감자가 진행됐었다. 김영호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금호산업이 감자에 응하지 않으면 산은은 극단적으로 지원을 끊을 수 있다”며 결국 감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은이 필두 주주가 된 후에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부터 분리 매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핵심사업만 남기고 수익이 나지 않는 불량 노선은 적극 정리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운용 노선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임직원 수는 9000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취항 노선이 대거 정리되면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seilen78@segye.com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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