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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김두관·박주민 "서울대 없애자" … 알고보니 16년전 그 얘기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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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김두관·박주민 "서울대 없애자" … 알고보니 16년전 그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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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돌고도는 정치권 '서울대 폐지' 논의
2004년 정진상 교수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대동소이
서울대 정문./연합뉴스

서울대 정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와 지도급 인사들이 연일 ‘서울대 폐지론’을 언급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8일 JTBC에 출연, 서울대 이전과 관련해 “전국의 모든 국·공립대를 통합해 ‘한국대학교’를 만들자는 얘기가 있다”며 “프랑스 파리처럼 ‘파리 1대학’ ‘파리 2대학’ 이런 것처럼 ‘한국 1대학’, 그런 것도 장기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현 서울대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 지사는 세종 등 충청 지역에 서울대 등 국·공립대 이전이 검토되는 데 대해선 ‘제3의 대학도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을 충청도로 이미 결정했다면, 대학도시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분산할 수 있는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써야 한다고 본다”며 “한쪽으로 몰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 박주민 의원, 김두관 의원./연합뉴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 박주민 의원, 김두관 의원./연합뉴스


현 민주당 최고위원이자 차기 당대표에 출마한 박주민 의원도 최근 “지방 10여개 거점대학을 네트워크로 묶어 가칭 ‘한국대학’으로 불러도 좋을 것”이라며 “(서울대 폐지론도) 포함해 고민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전국 거점 대학을 네트워크로 묶어서 어느 곳을 나와도 동일 수준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고 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종민 의원도 “행정수도 완성을 신호탄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 국공립대 통합과 사립대 지방 이전 등 과감하고 획기적인 결단이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도 “지방의 ‘서울대’를 프랑스 파리처럼 국립대학화해서 (서울대와) 자격을 똑같이 부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2011년 법인화 이후 정부 간섭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서울대를 현 관악캠퍼스에서 이전하거나 ‘국·공립대 통합’ 등의 방안으로 폐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같은 여권(與圈)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민주당 유기홍(서울 관악갑) 의원은 지난 28일 “서울대 이전은 가능하지 않다”며 “여의도 절반, 관악구 6분의1 수준인 서울대를 다 옮기고 그만한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청와대도 서울대 이전을 얘기한 적이 없다”며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때문에 행정수도 완성 논의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은 유감”이라고 했다.

◇서울대 폐지론, 16년 된 ‘순환 떡밥’

그런데도 여권 주요 인사들이 ‘서울대 폐지론’를 언급하는 이유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수도 이전’ 이슈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려는 ‘선거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이후 정치권은 수차례 ‘서울대 폐지론’을 제기하곤 했다. 정진상 경상대 교수가 2004년 출간한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입시 지옥과 학벌 사회를 넘어’가 이론적 기반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에서 서울대 폐지론을 제기했다. 같은해 민주노동당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2012년엔 당시 야당이었던 통합민주당(현 민주당)이 “서울대 명칭을 없애고 지방 국립대를 하나로 묶자”고 했다. 2014년엔 이른바 ‘진보 진영 교육감’들이 ‘대학 평준화’ 공약을 내세웠다.


2004년 경상대 정진상 교수가 출판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YES24

2004년 경상대 정진상 교수가 출판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YES24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내세웠다. 2017년 대선 때도 같은 공약을 내면서 “국·공립대학부터 공동입학·공동학위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를 만들자” “연합대학이라고 표현해도 좋다”고 했다. 모두 정 교수의 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내용들이다.

정치권과 교육계에선 “최근 서울대 세계 대학 순위가 30위권까지 진입했는데도 정부·여당은 16년 전 제기된 ‘국·공립대 네트워크’라는 낡은 이론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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