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피족·무정부주의자들 집결한 美서 손꼽히는 '괴짜·반골 도시'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는 27일(현지 시각) 포틀랜드에 연방 요원을 두 배 증파하기로 했다. 이날 포틀랜드의 시위 단체는 과잉 시위 진압과 표현의 자유 침해를 들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포틀랜드 시위 현장을 보면 정작 흑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백인이 압도적이다. 실제 인구 20만의 포틀랜드는 백인이 80%, 흑인이 5%로 미국에서도 백인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고 생활수준도 높다. 왜 이런 곳이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의 본산이 됐을까.
포틀랜드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급진 좌파, 진보 도시다. 1970년대 반전(反戰) 히피족과 무정부주의자의 집결지였고, 가장 먼저 동성 결혼이 인정됐으며, 비건주의(극단적 채식주의)와 비닐봉투 사용 금지, 차량 공유제 등 글로벌 환경 운동의 시발점이다. 각종 정치·문화적 실험이 용인되고 소비세가 없고 규제가 적어 미 전역에서 젊은 층이 계속 유입된다. '괴짜와 반골의 도시'란 이미지가 강한 이 도시의 슬로건은 "계속 이상하게 가자(Keep Portland Weird)"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시위에서 경찰서에 불을 지르고 법원 담장을 무너뜨린 과격 행위는 포틀랜드에 똬리를 튼 무정부주의 급진 좌파들이 일으킨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2017년 이념적 대척점에 있는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부터 각종 시위를 벌여왔다. 이번 인종차별 시위도 이런 반(反)정부 시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포틀랜드 시위대는 여느 도시 시위대와 달리 꽤 전문적인 시위 장비들로 중무장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포틀랜드가 미국에서 악명 높은 백인 우월주의의 본산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오리건주는 남북전쟁에서 패퇴한 남부군이 대거 이주해온 곳으로, 20세기 중반까지도 흑인의 거주와 인종 간 결혼을 금지하는 법이 남아있었다. 포틀랜드 토박이 백인들이 KKK·스킨헤드 등 극우 폭력 단체로 빠진 경우가 많다.
USA투데이는 "포틀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과격한 극우 단체와, 이들의 인종차별 원죄를 비난하는 극좌 단체들이 툭하면 충돌하는 도시"라며 "트럼프 정부가 불에 기름을 부었다"고 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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