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 하면서 살아갈 것"
서지현 검사/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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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이후 공황장애를 호소했던 서지현(47·사법연수원 33기) 검사가 "저는 슈퍼히어로도 투사도 아니고 정치인도 권력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 검사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많이 회복되었다 생각했던 제 상태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당황스러운 시간이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단 제 자신을 추슬러야 했기에 저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하고 페이스북을 닫았다"며 "그럼에도 말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쏟아지는 취재요구와 말 같지 않은 음해에 세상은 여전히 지옥임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해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제가 가해자 편일 리가 없음에도, 맡은 업무 내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한 상태였다"며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공무원이자 검사인 저에게 평소 여성 인권에 그 어떤 관심도 없던 이들이 뻔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누구 편인지 입을 열라 강요하는 것에 응할 의사도 의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 검사는 "여성인권과 피해자 보호를 이야기하면서 이미 입을 연 피해자는 죽을 때까지 괴롭혀주겠다는 의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이들의 조롱과 욕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나"라면서 "공무원으로서 검사로서 지켜야 할 법규가 있다. 앞으로도 제가 살아있는 한은 이런 일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리라는 생각에 숨이 막혀오지만, 그저 제가 지켜야 할 법규를 지키며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 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아수라가 지나고 나면 더 좋은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지현 검사/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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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검사는 앞서 지난 13일 올린 글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건에 대해 "송구스럽게도 도져 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여전히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며 "저 역시 인권변호사로서 살아오신 고인과 개인적 인연이 가볍지 않았다. 애통하신 모든 분들이 그렇듯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런데, 개인적 슬픔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한쪽에서는 함께 조문을 가자 하고, 한쪽에서는 함께 피해자를 만나자 했다.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했고,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를 냈으니 책임지라 했다"며 "한 마디도 입을 뗄 수 없었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도 국가기관도 아닌 제가 감당해야 할 일들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온갖 욕설과 여전한 음해나 협박은 차치하고라도 여전히 계속 중인 제 자신의 송사조차 제대로 대응할 시간적 정신적 능력마저 부족함에도, 억울함을 도와 달라 개인적으로 도착하는 메시지들은 대부분 능력 밖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들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누구를 원망하려는 것도 아니다. 모두는 경험과 인식이 다르다. 극단적인 양극의 혐오 외에 각자의 견해는 존중한다. 모두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마디도 할 수 없는 페북은 떠나있겠다. 참으로 세상은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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