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윤석열 동기들, 검찰 떠나며 "맹목적 선동 넘쳐" "답답하고 먹먹"

조선일보 오경묵 기자
원문보기

윤석열 동기들, 검찰 떠나며 "맹목적 선동 넘쳐" "답답하고 먹먹"

서울구름많음 / 0.0 °
"검찰에 대한 맹목적인 선동과 야유가 넘친다."(이정회 인천지검장)

"답답하고 먹먹한 느낌이 든다."(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밝힌 송삼현(58·23기)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정회(54·사법연수원 23기) 인천지검장이 27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사직인사' 글을 남겼다.
송삼현(왼쪽)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정회 인천지검장. /조선DB

송삼현(왼쪽)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정회 인천지검장. /조선DB


이 지검장은 "검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 맹목적인 선동과 야유가 넘친다"며 "검찰의 본질적인 기능과 역할이 위협받는 이때에 무거운 숙제만을 후배들에게 남기고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는 "오랜 여행을 떠나갔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라며 "부족함이 많은 저와 동행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름 뒤에 빛나는 태양이 있고, 밝은 빛이 오듯이 함께 지혜를 모아 지금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검찰 본연의 모습을 잘 찾아갈 것이라고 믿는다"며 "연은 순풍보다 역풍에 더 높이 날아오른다는 말처럼 역경을 넘어 멋지게 비상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고 했다.


송 지검장은 두보의 시 '등고'의 한 구절인 '끝없이 지는 나뭇잎은 쓸쓸히 멀어지고'를 언급했다. 그는 "이 구절은 요즘 우리 검찰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며 "내가 몸담고 사랑했던 우리 검찰이 오늘날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답답하고 먹먹한 느낌만 들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의 욕망과 약점을 초월해 역사가 주는 교훈을 거울삼아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시기가 오기를 기원한다"며 "남아서 검찰을 지키는 동료, 후배 여러분들께서 더 큰 지혜를 발휘해 난국을 잘 헤쳐나가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송 지검장과 이 지검장은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송 지검장은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데, 그가 검찰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수사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지검장은 검찰 내에서 공안통으로 꼽힌다. 대검 공안1·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2차장·공안2부장 등을 거쳤다.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특별수사팀장이던 윤 총장이 좌천되자 이 지검장이 후임 팀장을 맡았다.

[오경묵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