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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증시 충격에도 '어닝 서프라이즈'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동학개미'들이 증시로 몰리면서 중개 수수료 등리테일 수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3분기에도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실 사모펀드 사태가 변수로 떠오른다. 수천억원대의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증권사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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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깜짝 실적' 행진…동학개미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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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대부분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1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72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 늘었다. 2분기와 반기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35% 늘어난 2조5681억원, 영업이익은 39% 증가한 1470억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94% 급등한 2963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1조9765억원으로 46.5% 감소했으나 이익은 늘어난 내실있는 실적이었다.
KB증권 역시 2분기 매출액이 1조201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35% 줄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9%, 62.67% 늘어난 2302억원, 151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증권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740억원, 당기순이익은 5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 4.8% 증가했다.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이다. 교보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은 544억원, 순이익은 43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50%, 52.7%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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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Q 일평균 거래대금 21.8조…'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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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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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2분기 깜짝 실적은 기록한 것은 무엇보다 '동학개미' 덕분이다. 코로나19로 지난 3월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웠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됐다.
증시 반등을 예상한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려들었고 거래대금은 폭증했다. 4월부터 증시 반등이 본격화하면서 거래대금은 더욱 증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8조263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96.4%) 급증했다. 증시 반등이 본격화한 2분기에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21조8000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한 것이다.
증권사들의 저가수수료 경쟁으로 현재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 마진은 5bp(1bp=0.01%포인트)에 불과하지만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증가했다.
증시에서 주체별 거래 비중은 개인이 77.9%로 압도적이었다. 개인 회전율은 486%로 지난해 평균 179% 대비 두 배 이상 높았다.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빈번하게 사고 팔았다는 뜻이다.
여기에 해외 주식 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증권사들의 매매 수익 증가에 기여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해외 주식 거래대금은 261억달러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연간 거래대금(204억달러)을 이미 웃돌았다. 해외 주식 수수료는 국내 주식 대비 약 4배가 높다.
해외주식 거래 점유율은 공식 자료는 없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대우(시장점유율 35%), 삼성증권(25%), 키움증권(15%) 등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인들의 거래 증가는 증권사들의 수수료뿐 아니라 이자수익을 개선시킨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신용잔고는 12조5000억원, 고객예탁금은 46조6000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IB부문은 NH투자증권 외에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 여파로 IPO(기업공개) 등 각종 딜이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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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태 변수…NH證 수천억 물어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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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옵티머스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투자원금 회수를 호소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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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증권사들이 웃은 것은 아니었다. 신한금융투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60억원, 당기순이익은 57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66.1%, 60.9% 감소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고, 독일 헤리티지 DLS(파생결합증권) 사고에 대한 고객 피해보상을 위해 1248억원의 충당금(손실에 대비한 계정)을 쌓은 영향이 컸다.
3분기 역시 마찬가지다. 증시 호황으로 전반적인 실적 전망은 양호한 편이나 최근 연이어 터지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로 일부 증권사들은 대규모 손실을 실적에 반영해야 할 수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가 존재하는 9개 증권사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 합계는 지난해보다 40% 증가한 1조1216억원이다.
3분기 역시 국내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수수료) 수익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주식 투자 증가와 IB 수익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사기가 일부 증권사들의 실적에 변수로 작용한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금을 모았지만 실제론 부실 위험이 높은 비상장 사모사채에 투자했다.
자산 회수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들의 배상 부담도 늘고 있다.
가장 머리가 아픈 곳은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잔액 5151억원 중 84%인 4327억원 어치를 판매한 최다 판매사다.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을 위한 유동성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쉽게 결론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서 판매사의 과실을 인정해 배상 결정을 내릴 경우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은 배상금을 손실 처리해야 한다. 라임 사태의 경우 금감원은 판매사들에 원금의 10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옵티머스 사태 역시 마찬가지로 100% 배상 결정이 나오면 NH투자증권은 판매액 4000여억원을 모두 손실로 반영해야 할 수도 있다. NH투자증권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 5309억원의 거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옵티머스에 대한 자산실사나 검찰 수사가 완료되지 않아 100% 배상이라고 확정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분쟁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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