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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제주항공,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항공업계 고강도 구조조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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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이 출범 13년 만에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였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합병을 이야기한 지 7개월 만에 전면 중단을 발표하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도 이스타항공이 '플랜B'를 마련하지 않는 한 선제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고강도 구조조정 후폭풍이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2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23일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인수 포기 배경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주장은 주식매매계약서에서 합의한 바와 다르고 오히려 제주항공이 주식매매계약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계약 위반,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고 반박했다.

주식매매계약상 선결 조건 위반 여부를 놓고 양사의 입장차가 엇갈리는 만큼 향후 계약 파기의 책임과 계약금 반환 등을 놓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양측은 이미 법리 검토를 위한 자문단을 꾸린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법무법인 광장, 이스타항공은 태평양을 통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17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과 230억원 규모의 체불임금 등 이스타항공이 계약서상 선행 조건을 완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 측에 건넨 이행보증금 119억5000만원과 대여금 100억원을 반환 받을 계획이다.

이스타항공 역시 미지급금 문제는 주식매매계약서상 선결 조건이 아니라며 위반의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 등 당초 계약서상에 명시됐던 사항은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셧다운'을 지시해 경영에 개입한 문제를 두고 책임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자체 입수한 녹취 파일에 따르면,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는 셧다운을 우려하는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에게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는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관여한 바 없다며 부인해온 상황이지만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도덕성 논란은 물론, 향후 법적 공방의 쟁점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측은 최근 공개된 양사 경영진 간 녹취록 및 회의 자료 외에도 제주항공이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지시한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자본총계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전라북도에서 자금을 지원 받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새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전 노선이 운항 중단되자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항공기 리스료 등 고정비가 늘어나며 미지급금도 1700억원 이상 쌓였다. 또한 이스타항공의 항공운항증명(AOC)의 효력도 지난 5월 정지됐다. AOC 효력이 정지되면서 리스항공기 10대를 연내 반납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 실행도 어렵게 됐다. 각 부서의 필수 인력들은 약 6개월간 무급으로 출근하며 자리를 지켰지만, 인수 무산으로 당장 1600여 직원들의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해 인수·합병 교착 상태에 놓인 아시아나항공과 HDC그룹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까지 물 건너 갈 경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까지 타격이 커지며 국내 항공업계 재편이 불가피해진다. 지난 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만나 인수 성사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으나 현산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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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mom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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