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前 대통령 재판, 계엄군 지휘부 증언 또 ‘불발’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 등 재차 불출석

재판장 “9월 변론 종결”연내 선고 예상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조선DB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1980년 당시 계엄군 지휘부 핵심 관계자들이 또다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20일 오후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피고인(전 전 대통령) 측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여부를 신문하기 위해 지난 6월에 이어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과 장사복 전 전투교육사령부 참모장을 재차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이씨는 소환장이 송달됐지만, 고령과 질병, 알츠하이머 투병 등을 이유로 가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장씨는 수취인 불명으로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았다.

재판장은 사실상 이씨의 출석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직권으로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장씨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소환장을 보낸 뒤, 나오지 않으면 직권 취소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에는 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 31항공단 502항공대 소속 500MD 헬기 부조종사(대위)였던 이모씨가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이씨는 “5월 20~21일 경 가스 살포기를 장착하고 광주로 출동해 다음날부터 무장헬기에 탑승했지만, 헬기 사격을 지시받거나 광주시내 쪽으로 출격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착각했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찰 측이 군 자료를 토대로 당시 광주 출동 헬기의 임무가 ‘무장 위력시위와 의명(依命) 공중 화력지원’이었는데 누구로부터 명령을 받느냐고 질문하자, 이씨는 “처음 본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저런 (기록을) 작성해 놓은 자체가 잘못이다. 그런 지시를 해도 나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4일 같은 법정에서 열리며, 검찰과 피고인 측이 신청한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 3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날까지 두 차례 불출석한 피고인 측 증인들에 대해 소환장을 한 차례 더 보낸 뒤 9월 21일 변론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김성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