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대형 조립건물, 잠수함 훈련센터, 정비쉘터 등 속속 건설
인근 마양도 잠수함기지와 연계, 북 SLBM 전략거점으로
◇“북 향후 전략도발 SLBM 가능성 가장 높아”
미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14일 북한이 지난 2년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을 꾸준히 진전시켜왔고, 특히 SLBM의 개발은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권위있는 미 의회 연구소가 북한의 SLBM 개발로 사드가 무력화될 수 있음을 인정한 건 처음이다. 지난 8일엔 국방부 산하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북한이 향후 도발 수단으로 SLBM을 활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KIDA는 “북한 향후 전략 도발 유형은 SLBM 사출(射出)시험 가능성이 높다”며 “SLBM이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최대의 충격을 주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발사) 시기를 가늠하고자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정보원과 국방부도 국회 상임위 답변 등을 통해 북한의 향후 전략도발 시나리오중 SLBM 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와 비공개회의를 열고 군수 생산계획과 전쟁억제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북한 언론들이 19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반도 주변에 조성된 군사정세와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중요 부대들의 전략적 임무와 작전 동원태세를 점검하고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기 위한 핵심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종전 사용했던 ‘핵전쟁 억제력’보다는 낮은 수위의 표현을 썼지만 SLBM을 포함한 전략적 도발 문제도 점검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SLBM 도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덜 자극하면서 북한의 도발 의지를 과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북 신포조선소의 대형 잠수함 조립건물. 길이 194m로 3000t급 신형 잠수함 3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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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 대형 조립건물, 3000t급 신형 잠수함 3척 동시 건조 가능
북한의 SLBM 도발 보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함경남도 신포다. 신포는 당초 수상 선박 및 잠수함을 건조하는 조선소였다. 하지만 지난 7~8년 사이 SLBM과 관련된 각종 시설들이 속속 건설돼 ‘SLBM 전략기지’로 탈바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공개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최종 보고서는 북 신포 조선소의 대변신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까지 신포조선소와 인근 지역에 대형 조립건물과 대규모 잠수함 훈련센터, 신형 잠수함 수리용 셸터(엄폐시설) 등을 건설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북한이 3000t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포조선소의 대형 건물은 3척의 신형 잠수함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 대형 건물은 길이 194m, 폭 36m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미 정찰위성 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대형 건물 내에서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건물 안팎엔 잠수함 2척을 건조·진수할 수 있는 폭 7m의 레인(lane) 2개가 나란히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북제재위 전문가들은 “건물의 규모와 신형 잠수함의 크기를 감안할 때 이 건물 안에서 3척의 잠수함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북 신포조선소 잠수함 훈련 센터가 2017년부터 지난해말까지 단계적으로 건설된 모습을 보여주는 위성 사진들. 오른쪽 아래가 지난해말 모습이다. |
신포조선소의 대규모 잠수함 훈련센터는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실체가 알려진 존재다. 이 훈련센터는 2017년 건설이 시작돼 최근 완공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핵·미사일 전문 웹사이트 ‘암스컨트롤웡크(ACW)’는 지난달 “신포조선소의 잠수함 훈련센터로 추정되는 건물의 지붕 공사가 최근 완료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ACW는 지난달 1일, 4일, 14일 촬영된 위성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미완성 상태였던 신포 잠수함 훈련센터 지붕이 완공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약 2주에 걸쳐 지붕 공사를 끝낸 것이다.
신포조선소 남쪽 신포반도에선 신형 잠수함 수리용 지하 쉘터(Shelter)가 건설 중인 모습도 포착됐다. 이 쉘터는 길이 92m, 폭 17m 크기로 파악됐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북한은 신형 잠수함을 미 정찰위성 등의 감시를 피해 정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LBM 수중사출 시험용 바지선 3개 운용 확인
안보리 보고서는 SLBM 개발에 필수적인 수중사출 시험 장비 실태도 상세히 밝혔다.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 사이 위성사진을 통해 신포조선소에서 2개, 남포항에서 1개 등 총 3개의 수중사출 시험용 바지선이 포착됐다. SLBM 시험은 보통 지상사출 시험→바지선 수중사출 시험→잠수함 수중사출 시험의 단계를 밟아 이뤄진다. 수중사출 바지선은 수중에서 SLBM을 고압으로 물 위로 밀어올린 뒤 수면 위에서 점화하는 것을 시험하는 장비다. 실제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기 직전에 꼭 해봐야 하는 시험에 활용되는 장비다. 북한이 운용중인 수중사출 바지선의 전체 숫자가 공개된 것도 처음이다. 북한은 그동안 SLBM 발사시험을 신포조선소 인근 바다에서만 실시해왔다.
신포반도에 건설중인 대형 잠수함 정비 쉘터. 완공되면 3000t급 신형 잠수함을 미 위성 감시를 피해 정비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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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남포항의 수중사출 바지선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보다 긴 거리의 SLBM을 시험할 경우 남포항 인근 서해의 수중사출 바지선에서 시험발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해에서 일본열도를 가로질러 쏠 경우 일본을 크게 자극하고 미국의 민감한 반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서해상에서 쏴 북한 내륙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시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지상발사 탄도미사일들도 북 서부지역에서 발사해 북 내륙을 가로지른 뒤 동해상에 떨어지도록 시험하는 경우가 많다.
신포에는 지상 사출 시험장도 만들어져 북극성-1·3형 SLBM 시험에 활용됐거나 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5월 국회 정보위에서 “신포조선소에서 고래급(신포급) 잠수함과 수중사출 장비가 지속 식별되고 있으며, 지난해 북한이 공개한 신형 잠수함 진수 관련 준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올 봄 신포조선소에서 SLBM 지상사출 시험을 실시하고, 미 정찰위성 감시를 피하기 위해 설치했던 신포항의 대형 가림막(길이 100m)을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잠수함 진수 및 SLBM 발사가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다.
북 SLBM 개발 및 배치 전략거점화하고 있는 신포조선소(사진 위)와 마양도(사진 아래). 마양도엔 북한 최대 잠수함기지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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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마양도는 북 최대 잠수함 기지, SLBM 잠수함용 지하시설 건설 가능성
보고서는 또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신포반도에서 다양한 잠수함 지원시설 건설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북한 최대의 잠수함 기지로 신포조선소와 인접한 마양도 기지에서도 활발한 활동이 감지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2018년 5월 마양도 기지의 한 공터에선 길이 10~11m, 폭 2m 크기의 원통형 물체가 위성에 잡혔다. 전문가 패널은 이 물체가 SLBM 실린더 또는 컨테이너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마양도는 남북한을 통틀어 울릉도를 제외하곤 동해에서 가장 큰 섬으로 북 잠수함 20~30척 가량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전체 잠수함(정) 숫자는 70여척이다. 마양도 기지는 동해함대 4전대 소속으로 상어급(325t급) 소형 잠수함과 로미오급(1800t급) 잠수함 등이 배치돼 있다. 섬 북부에는 잠수함 정박 시설이, 남부에는 대공포와 해안포 등 방어 시설과 지하 시설이 주로 밀집해 있다. 지난해 마양도 기지에서 요새 현대화·지하화 작업이 포착돼 3000t 신형 잠수함을 배치하기 위한 대규모 지하시설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유엔 안보리 보고서 등을 통해 드러난 신포조선소의 지속적인 확장 움직임을 감안하면 북한은 신포조선소와 마양도 잠수함 기지 등을 묶어 대규모 SLBM 전략거점을 만드려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포반도에는 SLBM 잠수함 건조 및 시험, 보수, 잠수함 요원 훈련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모아놓고, 3000t급 신형 SLBM 잠수함은 한·미 양국군 공격을 피해 신포반도 바로 앞에 있는 마양도 지하시설에 배치, 운용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첫공개된 북한의 신형 3000t급 SLBM 잠수함. 북극성-3형 등 SLBM 3발을 탑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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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신포 조선소 확장 등에 수억 달러 들여 SLBM 포기 안할 듯
북한이 ‘타이밍’만 보고 있는 추가 도발 시나리오 중 하나는 3000t급 신형 SLBM 잠수함 진수다. 북한의 신형 잠수함은 지난해 7월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찰한 모습을 북 언론들이 보도함으로써 처음으로 공개됐다. 북한군 주력 잠수함인 로미오급(1800t)을 개량해 3000t에 육박하는 크기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 보고를 통해 북한이 신포조선소에서 폭 약 7m, 길이 약 80m 규모의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으며, 공정이 마무리 단계여서 관련 동향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신형 잠수함이 북한의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미오급 잠수함은 폭 7m, 길이 76.8m다. 신형 잠수함이 로미오급 잠수함보다 약간 크다는 얘기다. 북한은 신형 잠수함에 3발 가량의 북극성-3형 신형 SLBM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고래급(신포급) 잠수함은 2000t급으로 SLBM 1발만 탑재한다.
지난해 10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한의 북극성-3형 SLBM 발사 장면. 북극성-3형은 종전 북극성-1형에 비해 크기가 커지고 사거리도 길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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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에도 3000t급 신형 잠수함 진수 임박설이 제기됐지만 7개월이 지나도록 현실화하진 않고 있다. 여기엔 코로나19 사태와 북한의 전략적 판단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신형 잠수함 진수 및 SLBM 도발은 이런저런 이유로 지연되고 있을 뿐 언젠가는 반드시 실현될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여기엔 북한이 지난 10년 가까이 수억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돈을 들여 신포조선소를 SLBM 전략기지로 확장하고 신형 잠수함 건조 및 SLBM 개발을 하고 있다는 데서 잘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군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신포조선소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각종 시설을 건설한 것은 북한이 ICBM과 함께 SLBM 카드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은 비핵화 진전시 ICBM은 포기하는 시늉을 할 수 있지만 SLBM 카드는 계속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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