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이재명 지사 대법원 판결

이재명 "이낙연은 엘리트, 난 흙수저"… 무죄나자마자 대선 정치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활하자마자 정치 시작

당선 무효 위기에 처했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법원 판결로 부활하면서 '이낙연 독주'나 다름없었던 여권(與圈) 대선 구도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이 지사는 17일 현 정권 정책 기조와 다른 주장을 펴고, 이낙연 의원과 자신을 대립시키는 발언을 하면서 곧바로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회의에서 "정말 지옥에서 되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 인터뷰에선 "대선에 관심이 없을 수는 없지만 관심을 최소화하고 실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생각하면 더 멀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이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비싼 집에 사는 게 죄를 지은 건 아니지 않느냐"며 "집값보다는 (다주택 여부를 가리는) 숫자, 숫자보다는 실거주 여부를 따져 징벌적으로 중과세해야 한다"고 했다. 집값이 올라가면 높은 종합부동산세율을 적용하겠다는 현 정부 정책 기조와는 다른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벌써부터 민감한 정책 이슈와 관련해 다른 목소리를 내며 차별화에 나섰다"는 말이 나왔다. 이는 이낙연 의원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깊은 책임을 느끼고 국민께 송구하다"는 원론적 입장에 머문 것과도 대비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는 2년 6개월여 총리로 있으면서 문재인 정부와 한배를 탔던 이 의원과는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재정 교육감과… 축하받는 李지사 - 이재명 경기지사가 17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악수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날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이 지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수원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지사는 이 의원을 향해서도 각을 세웠다. 언론 인터뷰에서 "친분이 거의 없다. 살아온 삶의 과정이 너무 달라서 깊이 교류할 기회나 뵐 일이 없었다"며 "그분(이낙연)은 엘리트 대학(서울법대) 출신이고 (동아일보) 기자 하시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국회의원으로, 도지사로 잘하신 분"이라고 했다. 자신에 대해서는 "변방에서 흙수저 출신에 인권운동, 시민운동 하다가 (성남) 시장을 한 게 다지 않냐"고 했다.

이 지사와 이 의원의 잠재적인 대선 경쟁이 향후 민주당의 영호남 지지층 분화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의원이 전남지사 등을 지내며 호남에 단단한 지지 기반을 구축한 데 반해, 이 지사는 경북 안동이 고향이고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등 수도권에서 주로 일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우리 당 텃밭이 호남인 점을 감안하면 이 지사가 표 확장성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의원은 총리로 있으면서 전국적인 지지를 이미 구축한 상태"라며 "대선은 아직 먼 얘기이고, 이 의원과 이 지사를 경쟁 관계로 보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에서는 오는 8월 29일 치러질 당대표 선거를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이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영호남 대결 구도로 맞붙은 이번 선거는 유력한 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 의원이 앞서가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 지사의 정치적 부활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 지사 측은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 의원이 낙선하면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당내 이 지사 지지자들의 표는 김 전 의원 쪽으로 향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당내 주류 세력인 친문(親文) 진영에 뚜렷한 후보가 없다는 점도 차기 대선 판도의 변수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선 경선에서 '비문(非文) 연대'를 거론하고 문 대통령이 과거 전두환 정권에서 표창받았던 것을 거론해 친문 지지자들에게 거센 공격을 받아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가 최근 꾸준히 친문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친문 지지가 어느 쪽으로 향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박상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