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 n번방 이후 성착취물 집중 배포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혐의로 구속된 배준환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17일 공개했다.
위원들은 “n번방 파장 이후 오히려 범행이 집중되고 피해자 중 청소년이 44명, 제작·유포 영상이 수천 개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해 국민의 알권리와 재방 방지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경남지역에 거주하는 배준환은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영강’이라는 대화명(닉네임)으로 방을 개설해 미성년자를 유인했다. ‘영강’은 영어강사의 줄임말이고, 배준환이 영어강사로 근무했었다는 경력을 살려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준환은 ‘오픈채팅방 환영합니다. 미션 성공하고 깊콘(기프트콘) 깊카(기프트카드), 문상(문화상품권) 받아가’라는 제목으로 방을 개설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샀다.
학생들이 채팅방에 접속하면 나체 사진 등을 요구하며 일종의 ‘미션’을 제시했다. 이를 인증하기 위해 자신의 대화명 ‘영강’이 적힌 종이 등을 들고 촬영을 하도록 했다.
배준환은 이 과정에서 가학적인 행위 등 노출 수위를 높이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수위가 높을수록 더 많은 금액의 이모니콘과 기프트카드, 문화상품권을 제공하며 자신의 성욕을 채워갔다. 이 기간 배준환의 꾀에 넘어가 사진을 전송한 청소년만 44명에 이른다. 나이는 만 11세에서 만 16세까지였다. 이중에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성착취물을 전송해 1000원에서 2만원 가량의 댓가를 받았다.
배준환은 성착취물 1293개를 제작하고 이중 88개를 온라인에 배포했다. 경찰이 확보한 사진과 영상만 66.5기가 바이트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배준환은 청소년 2명과 직접 만나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2018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청소년이 아닌 성인 8명과 성관계를 갖고 몰래 촬영한 사진과 영상 등 907개를 추가로 인터넷에 유포했다.
오규식 제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배준환이 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금전적인 목적이 아니라, 자기 과시욕 때문”이라며 “n번방 등 성착취물 사건이 밝혀진 뒤인 올해 1월 이후에 그의 범죄는 더 활발해지고 집중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7일 대구에서 배준환을 검거하고 9일 구속했다.
[오재용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