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파문] 박원순 피해자측 추가 폭로 "시장실에서 성추행은 일상"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서 김재련 변호사와 함께 A씨를 대리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16일 서울시의 '민관합동조사단' 계획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내고, 그간 A씨가 박 전 시장 비서로서 겪었던 성폭력 실태를 추가 공개했다. 또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조장·방조·묵인·요구'해왔던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진상 조사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시장실과 비서실은 일상적인 성차별로 성희롱·성추행 등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업무 환경이었다"고 했다.
두 단체가 A씨를 상담하고 낸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시장 비서 업무의 성격이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었으며, 그러한 업무가 '시장의 기분이 중요한 사람들'에 의해 요구되고 지속됐다고 했다. 또 "(그러한 업무는) 상식적인 업무 수행이 아닌, 여성 직원의 왜곡된 성(性) 역할 수행으로 달성됐다"며 구체적 사례를 제시했다. 이 단체들은 박원순 전 시장 비서실에서의 여성 비서에게 요구된 그런 업무를 "(북한) '기쁨조'와 같은 역할"이라고 표현했다.
통합당 여성 의원들, 진상 규명 촉구 - 미래통합당 여성 의원들이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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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상담소와 여성의전화 측은 1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서울시 비서실 공무원들이 가한 '일상적 성차별'의 사례도 공개했다. 우선 샤워하러 들어간 박 전 시장의 새 속옷을 갖다 줘야 했고, 시장이 벗어둔 운동복과 속옷은 비서가 집어 봉투에 담아 시장 집에 보내도록 강요받았다고 했다. 또 (남자) 수행 비서가 박 전 시장을 깨워 다음 일정으로 가면 효율적이지만, 비서실 공무원들이 "여성 비서가 깨워야 (박 전 시장이) 기분 나빠하지 않으신다"며 A씨에게 시장실 내실로 들어가 깨우도록 요구했다고 한다.
의료진이 맡아야 할 혈압 측정 업무도 A씨 몫이었다. 이때 박 전 시장은 "자기(A씨)가 혈압을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다" 등 성희롱 발언도 했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이 주말 새벽 마라톤을 할 때 여성 비서도 출근해 함께 뛰어야 했다. 박 전 시장이 "평소 1시간 넘게 뛰는데 여성 비서가 함께 뛰면 50분 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여성 비서는 '시장의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원하는 답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로부터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역할'을 암묵적·명시적으로 요구받았다고 단체들은 밝혔다.
A씨는 2016년 1월부터 6개월마다 인사 이동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좌절돼 2019년 7월에야 근무지를 이동할 수 있었으며, 그러고도 6개월 만에 다시 비서 업무 요청을 받았다. 이때 A씨가 "'성적 스캔들'이 나올 수 있다"며 피해 사실을 암시했음에도 인사 담당자는 문제를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고 한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A씨의 고소와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회유·만류한 사례도 지원 단체 측은 공개했다. '전·현직 고위 공무원, 별정직,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 등이 지난 8일 A씨 고소장 제출 이후 A씨에게 "너를 지지하지만 정치적 진영론에,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회유한 사례, "힘들었겠다"고 A씨를 위로하면서도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고 만류했다고 한다.
성추행 피해자,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 -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고발한 피해자를 지지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최대한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고운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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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입장문에는 A씨 이외에 서울시청에서 근무했던 다른 여성 공무원들의 피해 사례도 담겼다. ▲회식 때마다 노래방 가서 허리 감기, 어깨동무 ▲술 취한 척 뽀뽀하기 ▲집에 데려다 준다며 택시 안에서 일방적으로 뽀뽀하고 추행하기 ▲바닥 짚는 척하며 다리 만지기 등 일상적인 성추행·성희롱이 있어왔다는 주장이었다. 두 단체는 "서울시에서 일상적으로 성희롱, 성추행을 경험했다는 피해 제보는 비단 이번 사안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단체들은 또 "서울시는 성폭력 사안이 발생해 검찰이 기소할 경우 엄중 처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으나, 올해 4월에 있던 행정직 비서관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시장 비서실 남자 직원이 회식에 함께 참석했던 여자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으나, 서울시는 해당 비서관 인사 조치를 미루다가 언론에 보도되자 직위 해제 조치를 내렸다.
A씨가 이날 두 단체를 통해 밝힌 내용은 서울시에서의 성차별·성추행은 박 전 시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비서실 조직 차원에서 방조하고, 가해에 동참한 수준이다. 이 시기 박 전 시장 비서실은 비서실장과 특별보좌관(2명), 정무수석(1명) 아래 각각 보좌관(4급), 비서관(5급), 비서(6급 이하) 등 총 40여명으로 구성됐다. A씨가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2015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4년간 비서실장을 지낸 이는, 서정협 현 시장 권한대행(2015년 3월∼2016년 6월), 허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2016년 7월~2017년 2월), 김주명 서울평생교육진흥원 이사장(2017년 3월~2018년 6월), 오성규(2018년 7월~2020년 4월)씨 등이다. 본지는 이들 4명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두 단체는 경찰을 향해 "서울시청 6층에 있는 증거를 보전하고 수사 자료를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또 서울시와 더불어민주당, 여성가족부 등이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이중적 태도'로 규정하며 이들에게 "적극적인 성폭력 문제 해결과 성폭력적 문화 개선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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