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휴대전화 포렌식 착수 결정
비번 풀어 통화·텔레그램 복원키로
숨진 특감반원 폰 풀 땐 4개월 걸려
전 비서 조사…2차 가해 수사 시작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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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건과 관련해 ‘2차 가해’ 등에 대한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경찰은 14일 박 전 시장이 생전에 쓰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기로 결정했고, 2차 가해와 관련해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를 불러 피해 조사를 벌였다. 같은 날 검찰에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수사기관은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가 스모킹건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서울북부지검의 수사 지휘 아래 향후 박 전 시장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분석하기로 했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사망에 이른 경위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전 시장이 남긴 휴대전화는 신형 아이폰이며 비밀번호로 잠겨 있다고 한다. 비밀번호 해제는 경찰청 분석팀이 맡는다. 다만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도중 극단적 선택을 한 검찰 수사관의 아이폰X(10) 분석에 4개월이 걸렸던 데서 보듯 신형 아이폰일수록 비밀번호 해제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당시 검찰은 이스라엘 군수업체 ‘셀레브라이트’의 소프트웨어 등 보유 중인 모든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잠금 해제에 총력을 기울였다.
휴대전화가 열리면 통화 내역, 문자메시지, 인터넷 검색기록, 다이어리 일정, 다운로드 문서 내역 등을 통해 박 전 시장의 생전 행적이 고스란히 복원된다. 검사장 출신인 B변호사는 “사실관계로만 보면 간단하지만 현 상황 특성상 관계인들은 전부 부인할 수밖에 없다”며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한 카카오톡·텔레그램 문자메시지 확보가 이 사건의 핵심 열쇠”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향후 포렌식 일정 등은 유족과의 협의를 거쳐 진행키로 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비서 A씨에게 음란 문자와 사진을 전송하는 등 성추행에 이용했다는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도 주목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n번방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텔레그램 비밀대화 기능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14일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알렸다는 의혹을 받는 경찰과 청와대의 성명 불상 관계자 등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전 비서를 겨냥한 ‘2차 가해’ 행위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전 비서 A씨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했다. 자신의 신상과 피해 내용을 담은 문건을 유포한 사람을 처벌해 달라고 고소장을 제출한 지 하루 만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수집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관련 내용을 검토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 미온적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피해자가 정식으로 상담을 요청하거나 피해 사실을 알린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서울시 측은 이날 “(피해자 측이) 정식으로 진상조사를 요구하면 진상 규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일반 절차를 설명한 것일 뿐이라서 적극적 진상 규명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수민·나운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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