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살해 혐의 유·무죄가 관건
1심 선고 앞두고 모습 드러낸 고유정. 연합뉴스 |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37)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의붓아들 살해 혐의도 유죄가 인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의붓아들 살해 혐의도 인정되면 ‘연쇄살인’으로 판단해 법정최고형인 사형 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왕정옥)는 15일 오전 10시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시신은 찾지 못했다.
고유정은 전 남편 살해에 이어 의붓아들 살해 혐의까지 적용돼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쯤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네 살배기 의붓아들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여러 정황 증거에도 올해 2월 20일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간접 사실 사이에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과 상호모순이 없어야 한다”며 “의심스러운 사정 등을 확실히 배제할 수 없다면 무죄 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배척했다.
2019년 6월 1일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연합뉴스 |
검찰은 1심 선고 이후 전남편 살해 사건에 대해 양형부당을, 의붓아들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고 고유정 역시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시 검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누군가 고의로 피해아동을 살해한 것이 분명하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다면 범인은 집 안에 있는 친부와 피고인 중에서 살해 동기를 가지고 사망 추정 시간 깨어있었으며 사망한 피해자를 보고도 보호 활동을 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사람일 것”이라며 “피해자를 살해한 사람은 피고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의 살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3개월 이내에 연속적으로 2건의 살인을 저지르는 등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라며 “아들 앞에서 아빠(전 남편)를, 아빠(현 남편) 앞에서 아들을 살해하는 천륜에 반한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고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유정의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현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였는지, 살해동기는 충분한지, 제3자의 살해 가능성은 없는지 등 간접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고유정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릴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내부 모습. 연합뉴스 |
고유정은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저는 ○○이(의붓아들)를 죽이지 않았다. 집 안에 있던 2명 중 한명이 범인이라면 상대방(현 남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고유정은 전 남편에 대한 계획적 살인 등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살해된 전 남편과 유족 등에게 “사죄드린다. 죄의 대가를 전부 치르겠다”고 했다.
범행 고의성의 쟁점이 된 증거물은 믹서기, 가스버너, 곰탕솥이었다.
“이 물건들을 왜 샀냐”는 재판장 물음에 고유정은 “물건을 살 때 여러 개 한 번에 사는 경향이 있다. 곰탕솥은 친정어머니가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샀다”고 말하며 “이 물건들은 범행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유정은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지만, 재판장이 살해 당시 수박을 자르던 상황이라고 진술했는데 수박이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점에 관해 묻자 “수박을 씻던 중 남편이 접촉을 시도해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아이에게는 내일 아침에 먹자고 했다”며 석연치 않은 답변을 했다.
검찰은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항소심에서 반드시 적용해 고유정이 법정 최고형을 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목격자나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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